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에 대한 국가의 대응체계가 별 경각심 없이 한가해 보인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어제 쓰쓰가무시병 등 10개 전염병을 올 유행 우려 감염병으로 발표하면서 30초 이상 손을 씻고 옷소매 위쪽으로 기침을 하라는 등의 일상적 대책만 내놓았다. 전국 곳곳에 수해 폐기물 부패가 진행되는 와중에 화급한 전염병 예방대책은 나 몰라라 한 채 한가하기 짝이 없다. 기록적 폭우로 주민이 숨지는 등의 피해를 본 충북 괴산군 공무원들은 ‘생명지킴이 지도자 양성교육’을 받는다며 연수를 떠나버렸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 양상의 변화는 전 세계적인 어젠다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근 ‘뮌헨 안보콘퍼런스’에서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해충 개체 수를 늘리고, 전염병 매개체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로 먹잇감이 변하면서 이상행동을 보여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도 말라리아·쓰쓰가무시병 등 열대성 전염병이 이미 상륙했다. 최근의 이상기후 속에 어떤 전염병이 나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와 군병력을 동원해서라도 수해지역 복구와 방역, 깨끗한 물 공급과 의료지원 등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