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외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초반~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 원안은 15%까지 낮추는 것이었지만 재정적자 우려로 약간 후퇴한 상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33.3%인 현 법인세율을 25%까지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한국 증세’
영국·독일·아일랜드 줄줄이 인하
“세율 적정수준 넘으면 세수 줄어”
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곳은 그리스·칠레·아이슬란드·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궁여지책으로 올린 국가가 대부분이다.
현재 OECD 평균 최고법인세율은 22.7%다. 2000년 30.2%에서 계속 낮아졌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중 17위다.
◆증세와 감세의 딜레마=감세는 단순 계산으로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이던 아서 래퍼의 ‘래퍼 곡선(Laffer Curve)’이다. ‘세율이 적정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세수가 늘지만,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정부의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적정한 낮은 세율은 성장과 세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이론은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공급 중시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토대가 됐고, 세계 각국이 활용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의 두 배가 넘는 1.8%로 뛰어올랐고 실업률은 80년 7.0%에서 88년 5.4%로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중은 81년 1월 14.5%에서 그가 퇴임한 89년 1월 31.5%로 두 배 이상 커졌다. 이에 대해 “적정한 세금 수준을 찾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