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주요 원인 BRCA 유전자 변이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건강한 가슴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어머니·외할머니·이모를 난소암·유방암으로 잃어서가 아니다. BRCA라 불리는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선 이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10배, 난소암 위험이 40배 높다고 보고 있다. 대장암(4배)·전립샘암(3배)·췌장암(2배)과도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유방암 환자의 5~10%, 난소암 환자의 17%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유방암 걸릴 위험 10배
난소암은 40배 높여
혈액검사로 조기 발견
BRCA 유전자란?
BRCA 유전자 변이 얼마나 위험한가
BRCA 유전자 변이 예측의 효과(난소암 사례)
암 발생률 낮추고 조기 발견 가능
10년 내에 다른 쪽 유방에서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014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된 연구에선 예방적으로 다른 쪽 유방을 절제한 환자는 10년 생존율이 98.2%인 반면 절제하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은 87.2%로 나타났다.
절제수술까지 하진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특히 난소암처럼 발견이 어렵고 치료 수단이 적은 경우에 효과가 크다. 난소암은 대부분 2~3기에 발견된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다. 골반 안쪽 깊은 곳에 생겨 초음파를 이용한 일반 검진으론 발견이 어렵다.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76~93%에 이르지만 전이가 발생한 3기 이후에는 41% 이하로 뚝 떨어진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적극적인 검사로 진단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용만 교수는 “BRCA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진짜 암이 나타났을 때 치료 성적도 좋다”며 “출산·수유가 끝났다면 절제를 통해 암을 95%까지 예방한다”고 말했다.
일부 암에선 항암제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암 유전자의 존재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항암제의 효과·부작용을 가늠하지 못했다. 환자 입장에선 일단 투여를 해본 뒤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암 유전자가 발견되고, 여기에만 반응하는 약(표적항암제)이 등장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한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종전까진 불치병이었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이 글리벡(성분명 이메티닙)이라는 표적항암제 등장 이후 만성질환처럼 바뀐 사례가 대표적이다.
암 유전자를 찾아내는 방법은 최근 더 간편해졌다. 이른바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검사’로 수백 개를 한 번에 확인한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위암·대장암·폐암·유방암·난소암 등 고형암 10종과 혈액암 6종, 희귀유전질환 3종과 관련한 유전자 변이를 발견한다. 검사 결과는 짧게는 4주면 나온다. 비용도 매우 저렴해졌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이 검사비 50%를 지원한다. 전국 19개 의료기관과 3개 업체에서 50만원 내외로 확인할 수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1억원이 넘었다. 이대목동병원 주웅 부인종양센터장은 “여성암 분야에서 이 검사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아직 관련 치료제가 많지는 않지만 적어도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난소암 위험군이라면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전자 검사비 50만원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맹치훈 교수는 “검사 결과가 환자에게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느냐가 중요하다”며 “임상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건강보험 급여가 늘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