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결함으로 엔진룸에 불이 난 것처럼 꾸며 사고를 일으키고 보험금을 타낸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30일 A씨(39)를 방화와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7일 오후 11시45분쯤 대구 수성구 대흥동 한 도로에서 벤츠를 몰다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엔진룸에 불이 붙은 채였다. 이 사고로 엔진룸이 모두 타 957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고의사고 일으켜 보험금 타내
2009년부터 7000만원 상당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연료호스를 풀어 기름을 새어나오게 한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어 200m를 운행하다가 고의로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A씨는 애초 혐의를 부인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결과와 당일 행적 수사결과를 보고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대구 한 중고차 매매상사 딜러로 일하면서 차량보험의 허점을 파악하고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범행에 이용한 차량은 벤츠 CL600, 인피니티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차였다. 그는 이 차량들을 20분의 1 이하의 헐값(벤츠는 700만원)에 구입한 뒤 2009년 9월부터 4차례에 걸쳐 모두 7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다.
경찰 관계자는 "신차 판매가가 2억원 이상인 고급 외제차를 10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사고차량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보험사가 외제차 사고 보험금을 책정할 때 구입가가 아닌 연식과 차종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알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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