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지난해 8월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소집에 응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2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판사는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 가치만을 실현하고자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연간 징집 인원의 0.2% 정도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가 집총 병역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가 군사력의 저하를 가져와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하급심 16건 무죄 선고, 2004년 이후 32건 중 절반
헌법재판소 병역법 88조 1항 위헌 여부 결정에 주목
대법원의 판단과 달리 하급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선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은 전국적으로 32건이다. 이중 절반(16건)이 올해 선고됐다.
지난 1월 전주지법은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박모(2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지법은 지난 8일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소집에 응하지 않은 정모(21)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안 마련이 가능함에도 국가가 아무런 노력 없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징역형만을 감수하도록 한다면 양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변론을 맡은 오두진 변호사는 “최근 하급 법원에서 무죄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 등 법원 내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양심 및 종교적 자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국제 표준의 대체복무제를 검토할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의 위헌성 여부를 가리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헌재 재판은 지난 2004년과 2011년 합헌 결정에 이은 세번째 위헌 재판으로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