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23일 뉴욕 메츠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5이닝 2실점했지만 시즌 4승을 올리진 못했다. [LA EPA=연합뉴스]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서 류현진(30·LA 다저스)은 비명 같은 기합을 내질렀다. 그는 평소 능글능글 여우처럼 공을 던지지만 이날만큼은 전쟁에 나선 군인 같았다. 마에다 겐타(29·일본)와의 5선발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독기가 느껴졌다. 0-1로 뒤진 3회 초 피칭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3회 1사 2루에서 다음 타자 월머 플로레스를 상대로 공을 던질 때 류현진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과거 박찬호(44·은퇴)가 온 힘을 다해 피칭할 때 나왔던 기합과 비슷했다.
메츠전 이 악물고 기합 넣으며 역투
다저스 5선발 경쟁 절박함 묻어나
동료 홈런 축하 때도 동참 않고 집중
5이닝 2실점 … 불펜 난조로 4승 실패
류 “더 던질 수 있었는데 … ” 아쉬움
류현진이 고비를 넘기자 다저스 타선도 폭발했다. 3회 말 2사에서 저스틴 터너가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1-1을 만든 터너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다저스 동료들이 몰려가 그를 축하했다. 단 한 선수, 류현진은 세리머니에 참가하지 않았다. 곧바로 코디 벨린저의 2루타와 키케 에르난데스의 투런포가 터져 다저스는 3-1로 역전했다. 평소 같으면 가장 요란하게 동료를 축하했을 류현진은 이때도 돌부처처럼 앉아만 있었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도 모든 공을 전력을 다해 던졌다. 그만큼 이 경기가 중요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로써 한·일전처럼 벌어지고 있는 다저스 5선발 경쟁은 이들의 다음 등판 때까지 이어지게 됐다. 지난 18일 신시내티전에서 5선발 류현진이 5이닝 8피안타·2실점을 기록하자 20일 신시내티전에선 마에다가 임시 선발로 나서 5이닝 3피안타·1실점(시즌 5승3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호투했다. 류현진과 마에다가 부진과 호투를 반복하면서 금세 끝날 것 같았던 다저스 5선발 경쟁은 ‘연장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이전 경기(18일)보다 직구 구위가 좋았다. 홈런을 맞은 공은 실투였다. 제구를 더 잘 했어야 했다”며 “5회가 끝나고 로버츠 감독에게 ‘더 던질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교체를 원하는) 감독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