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후보자는 연일 ‘침묵모드’다. 그는 청문회 직후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이후엔 일절 언론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그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이 있는 건물 로비에서 기다렸지만, 강 후보자는 지하를 통해 움직여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매일 사무실 출근, 외부 접촉 안 해
임명되면 틸러슨과 회담 추진
대신 내부적으로는 장관 업무를 챙기는 데 열중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후보자는 출근하면 직원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업무 파악에 몰두하고 있다” 고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지정한 만큼 이르면 18일 임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8일이 일요일이긴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29~30일 워싱턴)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하면 강 후보자는 곧바로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나 첫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변수는 틸러슨 장관의 일정이라고 한다. 강 후보자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챙기고 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회의는 문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 무대다. 다자회의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에서 오래 근무한 강 후보자에게 다자외교야말로 강점이 있는 분야”라며 “정국이 시끄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다자무대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