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앨리슨하버드대 교수
지금까지 트럼프의 행동 패턴을 보면, 그 역시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멈추도록 만드는 선에서 대북 조치를 한정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언한 내용도 이와 비슷하다. 시 주석은 당시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각각 중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 ICBM 저지가 목표 돼야
북한은 미사일 발사 멈추고
한·미는 군사훈련 동결하는
‘생각 못한 카드’ 검토할 때
우선 50년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의 결정을 보자. 미국은 수년간 내전에 시달린 중국이 한반도의 전쟁에 개입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틀렸다. 미군이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가자 마오쩌둥은 중공군 100만 명을 보내 반격했다. 인해전술에 밀린 미군은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의 보복으로 서울에서만 100만 명이 숨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면 한국 정부도 북한에 보복 공격을 개시하고 동맹 미국은 한국을 돕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가만히 앉아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한반도를 통일하게 내버려 둘까? 답은 반대일 것이다.
핵전쟁 가능성을 무릅쓰고 쿠바를 공격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앞마당(쿠바)에 소련의 핵무기가 배치되는 걸 묵인할 것이냐를 놓고 택일해야 하는 운명의 순간이 다가오자 케네디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은 과거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카드를 놓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은 그 카드를 택해 한 발씩 물러섰다. 그 결정이 지구를 살렸다.
흐루쇼프는 쿠바에서 소련의 미사일을 철수시켰고, 케네디는 그 대가로 터키에 배치된 미국의 미사일 철수를 비밀리에 동의했다. 그때까지는 미국이 약해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케네디가 단호히 거부해 온 조치였다. “핵보유국이 무엇보다 피해야 하는 건 치욕적 후퇴 아니면 핵전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대치 상황”이라는 케네디의 당시 발언은 트럼프에게 지침이 될 만하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단은 중단으로 응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은이 ICBM 실험을 중단한다면 미국도 (한·미) 군사훈련을 미루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진핑의 측근들은 미·중이 동아시아 안보 구조를 재설계하자는 제안까지 한다. 이들은 주한미군의 존재가 역사적으로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한다. 50년 북한이 남침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이 끼어들 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김정은을 축출하고 북한을 비핵화한 뒤, 친중 성향의 한국 정부가 한반도를 통일한다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 동맹을 종료할 수 있을까?
미국 대통령에게 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트럼프는 독창적인 행보로 유명한 이다. 북한과의 핵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필요’가 미국이 완전히 새로운 한반도 정책을 설정하게 만드는 ‘발명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5월 30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