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발표한 테러범 중 한 명이 이슬람 극단주의를 다룬 TV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데다 두 차례나 대테러 당국에 신고가 됐는데도 방치돼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집권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메이 총리는 테러 조장 가능성이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강제 폐쇄를 공약하며 진화에 나서는 등 테러가 막판 선거전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런던경찰청은 최소 7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친 런던 차량ㆍ흉기 테러의 범인 세 명 중 두 명의 신원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로 런던 동부 바킹 지역에 거주한 쿠람 버트(27)와 역시 바킹 지역에서 지내온 모로코ㆍ리비아 이중국적자 라치드 레두안(30)이다.
이슬람극단주의 TV다큐에 나온 데다 두차례 신고됐는데도 방치돼
집권 보수당 안보 무능 도마에, 노동당은 메이 총리 사퇴 요구
다수당 되더라도 현재보다 의석 크게 못 늘리면 하드 브렉시트 차질 빚을 듯
이에 따라 버트 등의 테러 움직임을 막아내지 못한 정부의 부실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극단주의와의 연관성이 뚜렷한 버트가 왜 영국의 국내담당 정보기관인 MI5와 경찰의 밀착 감시 대상에서 빠졌느냐는 것이다.
야당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과거 내무장관 시절 경찰인력 감소를 지휘했던 점을 부각시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제러미 코빈 대표는 5일 유세에서 “경찰 인력을 2만명 줄일 게 아니라 경찰과 안보 파트에는 필요한 모든 자원을 줘야 한다“며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메이 총리는 ^극단주의와 테러 계획을 확산하는 인터넷 사이트 접속 중단 조치 ^테러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 ^무슬림 커뮤니티 단속 강화 등을 내세우며 진화에 나섰다.
보수당이 압승할 경우 메이 총리의 국정 장악력이 확고해지면서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보수당이 압승하지 못하면 하드 브렉시트는 동력이 약화된다. 특히 보수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하면 메이는 총리직 유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6일 “총선에서 승리하면 다음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브렉시트 협상의 톤을 재설정하고 EU 시민권자들의 영국 거주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체로 보수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보수당의 압승에서부터 과반 상실 전망까지 기관별 편차가 심하다.
지난 2~5일 공개된 여론조사들에서 보수당과 노동당간 지지율은 1~12%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보수당은 현재 하원(650석)에서 절반보다 6석 많은 330석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노동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층의 투표율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의 정치적 운명과 브렉시트의 방향을 결정할 영국 총선 투표는 8일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