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지난 1~2일 충북 단양에서 의원-당협위원장 등 200여 명이 모여 연석회의를 했다. 위기를 진단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학생이 외면하는 당” 지적하자
“대통령 아들 의혹은 왜 비판 않나”
쇄신 논의 연석회의, 구호에 그쳐
하지만 대부분 정치공학적인 내용이었다. 그것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당장 시급한 과제인 계파 청산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영남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토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보스만 바라보는 한국당이 체질은 바뀌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보스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마치 당이 모래알 조직처럼 돼버렸다는 말이 나왔다.
이번 연찬회는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열렸다. 원내 의원과 전국 원외위원장이 동시에 모인 자리였으나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하고 나선 의원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 대표 출마를 원하는 이가 거의 없어서였다. 당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것이 뻔한데 총대 메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눈길을 끈 건 20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청년 쓴소리’ 코너였다. 외부에서 초청된 ‘청년정치크루’ 운영자 이동수씨는 “보편적 상식을 가진 대학생이면 한국당을 지지 안 한다. 이 정당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성보빈 한국당 대학생위원회 대변인은 “한국당은 언제까지 종북 프레임으로 60대 이상 할머니·할아버지만 붙들고 있어야 하나. 이제는 개혁·혁신이란 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층의 의견에 참석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20대는 정유라는 비판하면서 문준용(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의 부정 취업은 왜 비판하지 않느냐”(정준길 당 대변인), “다른 당과 비교해서 정확히 지적해야 된다”(정우택 원내대표)며 오히려 청년들에게 면박을 주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당내에선 지금이 차떼기당으로 몰렸던 2004년 한나라당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아무도 ‘천막 당사’를 펴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