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사건 재판에서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맞은편의 한웅재 부장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질문 스타일도 점차 바뀌었다. 장황하게 말을 이어가다 지적을 받던 것에서 자신의 무죄 입증을 위한 간결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4일 '이화여대 학사비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한선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게 "특검에서는 제 딸의 특례 입학 대가로 미르재단이 프랑스 요리학교 사업을 이화여대와 하려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지요? 이사님은 이화여대에 제 딸이 가 있는지도 몰랐지요" 등의 질문으로 증인의 답변을 이끌어 냈다. 도중에 특검팀 검사가 "사실 관계만 물으시라"고 끼어들었지만 "아니오, 제가 물을게요.기다리세요"라고 간단히 제압했다. 신문을 마친 뒤에는 재판부를 향해 "예, 여기까지입니다"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증인으로 나온 한국마사회 안계명 본부장에게 "저도 문지석 검사님께 조사를 받았는데 계속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몰고 가는데요. 지금 나오신 분은 저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 최서원인데요"라고 해 특검팀 검사를 압박함과 동시에 안 본부장으로부터 "신문에서만 봤고 본 적은 없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주눅→호통→일침 3단 변신
"죽을 죄를 지었다"던 최씨 '주눅→호통→직설'로…딸 정유라씨 입국 이후 변화 관심
최씨가 '호통 모드'로 변신하자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가 "알면 안다고, 모르면 모른다고만 답하면 됩니다" 등 제지하기도 했다. 이에 최씨는 "아유, 정말 너무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딸 정씨 위해서는 '법정 모정' 호소
주눅→호통→직설 등으로 '3단 변신'을 한 최씨는 딸 정유라씨가 입국하자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정씨 입국 전날 "딸이 들어온다고해서 제가 오늘 굉장 흥분 돼 있다"며 재판부에게 심경을 토로했다. '이화여대 학사비리' 재판서 특검팀으로부터 징역 7년형이 구형되자 "부디 유라를 용서해달라. 유라가 앞으로 남은 삶을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어주시기 바란다"며 오열하기도 했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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