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구두’를 만든 뒤 경영난으로 4년 전 폐업한 사회적기업 ‘구두 만드는 풍경’을 운영했던 1급 시각장애인 유석영(55) 전 대표의 말이다.
유석영 수제화 ‘아지오’ 전 대표
폐업 모른 청와대 주문 전화에
회한·자부심 함께 밀려와 눈물
옛 직원들 원하면 되살리고 싶어
문 대통령이 5년 전 구입해 신고 있는 구두를 만들었던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 전 대표. [전민규 기자]
그는 청각장애인 6명을 규합해 경기도 파주시 월롱에 250㎡ 규모의 경량철골 구조물로 된 공장건물을 임대 내고, 40년 경력의 구두 제조 전문가를 어렵게 초빙해 회사를 차렸다. 3개월 만에 다섯 종류의 구두제품을 선보이며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친분이 있던 유시민 작가 등 유명인사 몇 명이 모델을 해준 덕분에 출발이 외롭지 않았다. 한 구두 디자이너가 자원봉사로 도와준 것도 큰 힘이 됐다.
“청각장애인들과 힘을 모아 좋은 구두를 만들어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했는데 시장의 벽은 너무 높았습니다.”
그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정성껏 수제화를 만들면 전망이 있을 것으로 봤다. 가볍고 편안한 구두를 만들어 차별화하면 호응이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품질 고급화도 통할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우수한 품질의 소가죽(외피)과 돼지가죽(내피)으로 수작업을 통해 수제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자신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5년 전 구입해 신고 있는 구두를 만들었던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 전 대표. [전민규 기자]
결국 그는 눈물을 머금고 회사 설립 3년8개월 만인 2013년 8월 회사 문을 닫았다. “3년여 동안 어렵게 구두 제조 기술을 익혀 삶의 희망을 갖기 시작했던 청각장애인들이 다시 모여 꿈을 살릴 수 있는 상황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유 전 대표는 “당시 일했던 청각장애인들이 원한다면 다시 모여 구두 회사를 살리고 싶은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두 회사를 폐업한 뒤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행복을 파는 가게’의 원장직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이 만든 사무용품 등 생산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일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지고 파주시장애인복지관장직을 7년간 맡았고, 구두 회사를 운영한 경험 등을 경기도로부터 인정받아 현재의 임무를 맡고 있다.
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