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발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26일 계엄령 선포지역인 남부 민다나오 섬 일리간을 찾았을 때 나왔다. 두테르테는 IS 추종 반군 ‘마우테’와 교전 중인 장병들을 위문하면서 “이번 계엄령의 결과와 파장에 대해 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다. 여러분은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게 임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을 위해 내가 감옥에 가겠다. 여러분이 (여성을) 3명까지 강간한다면, 내가 저지른 짓이라고 해줄 것”이라고 농담조로 덧붙였다.
IS 반군 소탕작전 중인 장병 격려 중에 '막말 농담'
"인권 존중하지 않는 폭력배" 각지서 비판 쏟아져
인질 대치 중인 반군엔 "대화로 풀자" 제의할 듯
비판 여론이 일자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과장된 허세를 부린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두테르테가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 계엄령이 매우 좋았다”고 말하는 등 계엄 치하에서 인권 유린에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쉽게 수습되지 않는 분위기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 측은 “이번 발언은 민다나오 섬에서 우려되는 군의 권한 남용에 대해 필리핀 정부가 묵과하고 나아가 독려할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의 계엄령 확대 발령 계획을 반대해온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도 “정부는 군대가 인권을 유린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계엄령이 내려지지 않는 상태에서도 숱한 인권유린이 있었다”고 우려했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도 “과거 이 나라에서 계엄령을 빌미로 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며 “독재 시절에 있었던 일이 반복돼선 안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민다나오 섬에선 지난 23일 시작된 교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정부군 13명, 경찰 2명, 마우테 대원 51명 등 최소 85명으로 늘어났다. 마라위 시에서 이틀새 발견된 시신 16구를 포함해 현재까지 민간인 사망자만 18명에 이른다고 현지 GMA뉴스가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라마단(이슬람의 금식 성월)을 맞아 반군에 대화를 제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군은 마라위 시 성당에서 신부와 신도 등 15명을 납치, 인질로 잡고 정부군 철수를 요구하며 대치 중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