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도심에 올망졸망 꼬마 집 ‘다다익선’ 건축 철학이 빛나네요

중앙일보

입력 2017.05.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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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58)는 한국 문화계에서 뜨는 인물이다.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 고가 공원 ‘서울로 7017’을 설계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런저런 프로젝트로 낯익은 얼굴이다.
 

전시기획자 조병수 건축가(왼쪽)와 ‘디딘 빌리지’사진 앞에 선 ‘서울로 7017’ 설계자 위니 마스.

2010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안양 전망대’, 2016년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광주 GD 폴리’ 등 그를 찾는 한국인이 많아졌다. 1993년 로테르담에서 창업자 3인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 지은 설계사무소 ‘MVRDV’를 열며 일을 시작한 그는 좁은 국토를 넓히며 생존해온 나라의 후예답게 ‘다다익선(More with More)’을 건축 철학으로 내세운다.

‘서울로’ 설계 위니 마스의 상상력
협업하는 건축가 조병수 기획전 참가
‘하늘과 땅 사이 두 채의 집’ 등 전시

21일 늦은 오후, 서울 자하문로 건축 갤러리 ‘온그라운드(地上所)’ 앞길에 로큰롤 스타 같은 모습의 그가 나타났다. 광주 프로젝트를 협업하고 있는 건축가 조병수(60)씨가 기획한 ‘작은 집/마을’ 전시의 아홉 번째 주인공이 위니 마스와 ‘MVRDV’다. 7월 1일까지 이어질 전시 제목은 ‘MVRDV가 하늘과 땅 사이에 지은 두 채의 집’. 로테르담 도심 벽돌 건물 위 옥상에 파란 왕관처럼 올라앉은 ‘디딘 빌리지’, 런던 외곽 국립공원 언덕 위에 얹혀져있는 ‘밸런싱 반’은 모두 꼬마 집이지만 그 협소함을 건축적 상상력으로 이겨내고 놀이터이자 살림터 구실을 하고 있다.
 
위니 마스는 ‘밸런싱 반’이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의 저서 『행복의 건축』이 말한 ‘이야기하는 건축’ 개념을 실현해 보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시소 놀이처럼 안정과 불안정 사이를 오가는 집, 집 한 쪽 끝에 매단 그네를 타면 집이 약간 흔들리며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집의 형태를 꿈꿨다”는 그는 “조병수의 갤러리가 실험하고자 하는 뜻과도 맞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디딘 빌리지’는 창고용으로 지어진 옥상 위 뻥 뚫린 공간에 천막을 치고 살던 친구를 위해 만든 집으로 나무와 꽃·벤치 등을 더해 하늘 위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선명한 파란 색 외벽은 밑에서 올려다보면 몽환적이면서도 희망을 불러내는 구실을 한다. 마스는 “지난 20여 년 도심 밀집을 수직, 수평 양 방향 공간에 대한 확장으로 헤쳐 온 우리 힘의 결집체”라고 소개했다. 공중에 떠 있는 ‘서울로 7017’의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는 건축에 대한 몽상이 작은 집 두 채에 꽃피고 있었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