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그가 1993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면서다. 김영삼 정부 사정 태풍의 신호탄이었다. 대검 중수부는 정덕진·덕일 형제로부터 돈을 받거나 청탁받은 혐의로 ‘노태우 정부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75) 의원, 엄삼탁(2008년 사망) 병무청장 등 정·관계 유력자 10여 명을 구속했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소속으로 중수부에 파견돼 정씨를 구속했던 인물이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다.
당시 검사 홍준표 전 지사가 구속
4월 말 위암으로 숨져 ‘조용한 장례’
서울사대부고를 중퇴하고 15세 때부터 암표 장사를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한 정씨와 동생 덕일씨는 한때 1조원 이상의 재산을 모아 거부 반열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전호텔·상원호텔·킴스호텔 등 호텔 5개와 9개의 슬롯머신 업장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90년대 이후 슬롯머신 업계를 떠난 정씨 형제는 사채업 등으로 재산을 굴리다 2007년 제주 신라호텔 카지노를 인수한 뒤 제주도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규모 복합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다가 큰 손해를 봤다고 한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전성기 때에 비하면 재산은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안다. 그래도 보유 부동산 등 남긴 재산의 총액이 수백억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