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약 4년 만이다. 회색 정장을 입은 이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기념식수 현장에 나왔다. 취재진과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이 회장은 기념 나무에 흙을 뿌리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 약 3분간 서 있었지만, 삽을 뜨는 과정에서 주변의 부축을 받았다.
이재현 CJ그룹회장이 17일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에서 기념식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현 CJ그룹회장이(왼쪽 네번째) 17일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CJ블로썸파크에서 기념식수를 마친 뒤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경영 현장을 챙기지 못한 안타까움과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 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 사업도 부진했다”며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2013년 구속 이후 4년 만에 경영 일선 복귀
휠체어 탔지만 손 흔드는 여유도
"2030년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위"
'2020년 매출 100조' 갈 길 멀어 해외 M&A로 덩치 키울 듯
이 회장의 복귀로 CJ그룹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약 31조원이다. 그레이트 CJ 전략에서 제시했던 3년 내 목표치(100조원)를 달성하기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ㆍCJ제일제당ㆍCJ푸드빌 등이 동남아시아 생산기지 구축이나 해외 점포 확대, 현지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CJ그룹은 올해 5조원을 비롯 2020년까지 물류ㆍ바이오ㆍ문화콘텐트 등에 M&A를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대우와 이선호 CJ주식회사 부장도 참석했지만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반면 부인 김희재씨는 기념식수 때 이 회장 옆을 지켰다.
이재현 CJ그룹회장이 1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광교 CJ블로썸파크에서 기념식수를 마친 뒤 부인 김희재 여사 등 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이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자 치료를 위해 미국을 오갔다. 이후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가 진행되면서 CJ그룹도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게 되자 경영 복귀는 미뤄졌다. 하지만 지난 3월 대대적인 인사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CJ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재계에서는 '미운털'이 박혔던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CJ그룹이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이 회장은 건강 상태는 여전히 부담이다. 여전히 이동할 때는 휠체어나 주변의 부축이 필요하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