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주마다 15건, 하루 3~4건 이상씩 잡았던 주요 일정을 대선 이후 주 2~3건으로 확 줄였다. 이번 주엔 16일 국무회의 참석과 물가현장 점검, 19일 학술대회 참석을 제외하곤 비워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스웨덴 대사 면담, 19일 ‘이달의 기능한국인 시상식’ 참석 외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교육부의 한 국장은 “정권 교체 초기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부 활동을 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새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가 이달 25일부터 다음달 초까지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대선 이후 최소 한 달간 ‘식물 장관’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 협조가 없으면 내각 구성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차관들의 처지는 더 안갯속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임식을 치른 지 한 시간 만에 다시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해당 차관은 모든 내용을 당일에야 알았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의 장차관이 자리를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갈 때 가더라도 일은 해야 한다. 특히 9년 만에 여야 정권 교체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공직자로서 흔들림없이 맡은 바 책무를 다해 업무 공백을 없애야 한다. “정부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도 개편을 서둘러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 따라 부처를 통폐합하고 언질도 없이 갑자기 ‘옷 벗으라’고 통보하는 식의 인사 관행도 없앨 때가 됐다. 자리만 지키는 식물 장관보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책임 장관을 보고 싶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