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귀국하기 전까지 독일 뉘른베르크·비스바덴 오페라 극장 전속 가수로 16년동안 무대에 섰다. 오페라 1000여 편에서 70여 개 역할을 맡았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한국에 적응하도록 하고 싶어서 귀국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JTBC ‘팬텀싱어’의 심사위원으로 방송에 출연해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내달 1일 한국 첫 독창회, 손혜수
16년간 독일 오페라 극장 가수 활동
작년 귀국해 ‘팬텀싱어’ 심사위원도
독일어·불어·러시아어로 가곡 선사
경력을 쌓는 데에는 영리함도 필요했다. “특히 한국 성악가들이 유럽에서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은사인 이인영 교수가 연기에 초점을 맞춰 가르쳐주셨다”며 “자기 표현에 소극적인 한국 문화를 극복하고 표현력을 업그레이드 해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좋은 소리만 내면 안되고 말의 정확한 뉘앙스를 파악하는 식의 언어 공부가 필요하다. 여기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오페라 무대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를 하다 연골이 찢어지고, 특이한 무대 연출을 따르느라 고소 공포증, 폐소 공포증을 얻었다. 말이 뛰어다니는 무대에서 흔들림 없이 노래해야 하는 오페라 가수를 두고 그는 “몸으로 때우는 고급광대”라고 표현했다. 때문에 서바이벌 오디션 ‘팬텀싱어’는 그가 보기에 끝이 있는 단거리 달리기 쯤이었다. “성악가는 방송의 도움으로 명성을 얻기도 힘들고 행운으로 좋은 무대에 오른 후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고된 길”이라고 했다. 흠이 없는 듯한 성악가의 경력 뒤에도 굴곡과 그늘은 있었을 터다. 그는 “독일 오페라 극장과 한 계약이 시즌 시작 직전에 파기되기도 하고, 극장에서 나가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여도 들여다보면 우여곡절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은 한국 첫 독창회다. 그는 그간 경력을 축약하는 듯 성악가의 정통 레퍼토리를 한 데 담아 프로그램을 짰다. 슈베르트부터 볼프, R.슈트라우스, 라벨, 이베르, 라흐마니노프 등 작곡가들의 예술 가곡만 모아 ‘가곡의 밤’을 꾸린다. 독일어·불어·러시아어를 바꿔가며 불러야 하는 노래들이다. 그는 “‘팬텀싱어’에서 클래식 성악가들의 소리에 대한 대중의 동경심 같은 것을 발견했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 관심이 클래식 시장 확대로도 연결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앙코르 곡으로는 ‘팬텀싱어’ 심사위원 답게 크로스오버 노래를 부를 계획이라는 귀띔도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