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버스는 중세국제학교 병설 유치원 통학버스로,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웨이하이 가오지슈(高技術)개발구에서 어린이들을 태우고 유치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웨이하이 터널 화재 12명 사망
앞서가던 쓰레기 운반차 들이받아
스파크 발생, 엔진에 옮겨붙은 듯
“옆에 있던 차들은 사진만 찍어”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김종유 웨이하이 한인회장은 “사고 차량이 뼈대만 남고 완전히 다 타버린 상태”라며 “불길이 몰려오는 속에서 어린이들이 유독성 연기에 질식되는 바람에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버스에는 중국인 운전기사와 인솔교사도 함께 타고 있었다. 김 회장은 “운전기사도 버스 통로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며 “운전석 옆 문을 통해 내린 뒤 반대쪽 출입문을 통해 올라가 어린이들을 구하려다 자신도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솔교사도 전신 70%가량의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 추돌당한 앞 차량 운전기사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위중하다. 사고 차량은 운전석과 승객용 좌석이 구별된 2층 구조다. “출입문이 안 열려 인명 피해가 커진 듯하다”고 말한 목격자도 있으나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올라간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터널은 웨이하이시 중심부와 외곽의 주택지를 잇는 터널이어서 평소 오전에는 출근길 차량으로 통행량이 많은 편이다. 웨이하이시 당국은 숨진 어린이 11명은 3~6세로, 5명은 한국 국적자이고 6명은 중국 국적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이 밝힌 중국 국적 어린이 6명 중 5명은 한국인과의 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 어린이나 재중동포(조선족) 어린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들의 시신은 유전자(DNA)검사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호텔에 모여 수습책을 논의했다.
중국 정부는 쑨리청(孫立成) 산둥성 부성장을 조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구성했고, 웨이하이 시장이 현지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한국 정부에선 웨이하이를 관할하는 주 칭다오(靑島)총영사관의 이수존 총영사 등 8명이 현장에 나와 유족을 지원하는 한편 웨이하이시 정부에 엄정한 조사와 수습책 마련을 요청했다. 주중 대사관과 칭다오 총영사관은 현장 부근인 창웨이(長威) 호텔에 사고대책반을 설치했다.
한편 이날 터널의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도 그냥 지나가버린 주변 차량 운전자들의 무관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봉황망(鳳凰網) 등 일부 매체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등에 따르면 유치원 버스에 불이 붙었으나 주변 차량이 정차해 도움을 주기는커녕 그냥 지나치고 오히려 사진을 찍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몰인정하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봉황망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고 영상을 보니 터널 내에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버스에 큰불이 난 것이 보였으나 주변의 차들이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면서 “터널 입구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데도 다수의 소방차가 멈춰서 있었다”고 전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울=이경희·이기준 기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