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응시하던 함씨가 손으로 눈을 비볐다. “두 시간 동안 이 작은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눈이 너무 아파요.” 그가 이씨에게 수화로 말했다. 함씨는 통역사가 한 명이다 보니 전하는 말이 어떤 후보가 한 말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통역 화면이 조금 더 커지면 좋겠다고도 했다.
참정권은 단순히 ‘투표소에 가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투표하기 전에 공약 등의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어쩌면 단순한 투표권 부여보다 이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장애인들은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각장애인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 따른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단체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박미애 간사는 “흔히 사람들은 청각장애인이 ‘글도 읽을 수 있고 걸어 다닐 수도 있으니 다른 장애인에 비해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방송·광고에 대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또는 자막을 방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의무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종종 케이블 채널에서는 이를 생략하기도 한다.
함씨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단한 ‘무언가’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그냥 온전히 국민의 권리를 행사해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내일이면 끝이다. 다음 선거부터는 이들의 참정권이 더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직 이들의 권리는 TV 오른쪽 아래 귀퉁이의 화면에 갇혀 있다.
홍상지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