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측면에서 B1A4의 진영(26)은 ‘만능돌’의 모범 사례다. B1A4의 정규 앨범 3장과 미니 앨범 6장 등 총 9장에 모두 자작곡을 올렸고, 그중 ‘거짓말이야’, ‘이게 무슨 일이야’ 등 대다수가 타이틀곡이 됐다. 운신의 폭도 점차 넓어졌다. KBS 음악 예능 ‘밀리언셀러’를 통해 진영의 곡 ‘동행’을 선물 받은 주현미는 “진영의 노래가 가장 어려웠고 음정부터가 난해했지만 뭔가 환상적이었다”라고 평했다. 정재형ㆍ돈스파이크ㆍ장기하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에서도 차별화를 꾀하며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거짓말이야’ 등 B1A4 히트곡 작곡
빠른 멜로디에 슬픈 가사 반전 매력
작곡에 연기, 못하는게 없는 '만능돌'
아이오아이 등 걸그룹 소녀감성도
“대사는 음 없을 뿐 음악과 비슷”
서울 망원동 W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진영은 “사실은 발명가가 꿈이었다”며 “지우개밥 청소기도 일찌감치 구상해놨는데 출시되는 바람에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상대회를 휩쓸었던 소년의 관심사는 연기로, 노래로 옮겨갔고, 그 안에서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이 바로 작곡이었던 만큼 곡을 쓰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단 얘기다.
- 팀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작곡을 시작했다고.
“보컬 수업을 받는데 선생님이 음악을 녹음해서 들려줬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곡도 할 수 있다며 보여주는데 너무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몰래 노트북을 사고 그 프로그램을 받아서 따라해 봤다. 피아노 아이콘을 찍으면 음이 나오고, 드럼을 찍으면 박자가 생기는 게 너무 신기해서 계속 눌러봤다.”
- 독학했단 얘긴가.
“그렇다. 지금도 어릴 때 피아노를 제대로 못 배운게 너무 아쉽다. 기타로 곡을 많이 쓰는데 기타는 녹음만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멜로디를 컴퓨터로 옮기려면 일일이 마우스로 수작업을 해야 한다. 피아노는 작곡 내용이 자동 입력이 되서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 지금도 늦지 않았다.
“주변에서 말리더라. 피아노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 네가 만드는 음악이 특이한 이유는 따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래도 기계음 아닌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너무 좋아해서 ‘스윗걸’ 때는 18인조 올밴드로 녹음을 진행했다. 드럼ㆍ베이스ㆍ브라스까지 전부 리얼로 말이다.”
“타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멤버들에게도 완성되지 않은 곡은 들려주지 않는다. 내 솔로곡이 아니라 B1A4 곡이니 의견은 적극 수용하지만 미완성의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1집 타이틀곡 ‘베이비 아임 쏘리’은 믹싱만 7번을 했다. 처음이라 너무 갈팡질팡했다. ‘원더풀 투나잇’ 때도 좀 더 신나게 가고 싶었는데 약간 아쉬웠다. 결국 다음 앨범에서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해서 실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게 아닐까 싶다.”
- 가사를 보면 소녀 감성도 남다른 것 같은데.
“추억이란 단어를 너무 좋아한다. 향수도 좋아하고. 어떤 순간에 대한 기억과 잔상이 또렷이 남는 데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벚꽃이 지면’도 꿈을 꾸는 소녀들이 헤어지기 싫어 아쉬워하는 상황을 보면서 쓴 곡이다. 사실 여자가 불러서 그렇지 남자가 불러도 안 이상한 가사다.”
- 반면 멜로디는 신난다.
“반전을 좋아한다. 보통 후렴부터 쓰는데 평범하게 흘러가는 게 싫어서 실험을 많이 한다. 빠른 노래엔 슬픈 가사를 붙이고, 점점 빨라질 것 같은 곡은 느리게 틀어버리고.”
- 곡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B1A4가 가는 길이 확 바뀌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오아이나 오마이걸이 추구하는 콘셉트도 비슷한 부분이 있고. 음악적으로 넓어져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요즘 퓨처베이스에 꽂혀서 디제잉도 배우고 있다. 장르적으로 더 다양하게 도전해 보고 싶다.”
진영은 “드라마 촬영하면서 (박)보검이에게 작곡 어플 사용법을 알려줬는데 멜로디를 만드는 센스가 좋았다”며 “보검이가 음반을 낸다면 곡을 하나쯤 선물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앨범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으면서도 힘을 주지 않아서 더 듣기 편했다”며 아이유를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로 꼽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