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_박지원·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이 최순실이 된다고 했는데 유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모시고 정치를 했다. 또 한때는 비서실장을 했다”며 “(내가) ‘홍찍문’이라고 하니까 (유 후보가) 반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편가름을 향한 각 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누구를 찍으면 누가 대통령이 된다’ 또는 ‘누구를 찍으면 누가 실세가 된다’는 식의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호남은 文·安 양강구도, 수도권은 2강 1중(洪)
여론조사 洪 빼면 文·安 박빙, 劉 빼면 文 우위
洪·劉 중 누가 접느냐에 따라 安 지지율도 변화
‘홍찍문’의 경우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를 유도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홍준표 후보가 직접 만들어낸 용어가 ‘안찍박’이다.
文 서울·호남·PK·강원, 安 인천·경기·충청·TK에서 우위
우선 지난 18일 서울신문·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조사에서는 기호 1~5번 중 보수진영 후보 한 명씩을 빼고 실시한 ‘4자 가상대결’에서 후보별 지지도가 제법 달랐다.(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후보를 빼고 실시한 4자 가상대결 지지도 조사에선 안철수 후보(39.3%)가 문재인 후보(38.6%)를 오차범위 안에서 0.7%포인트 앞섰다. 유승민 후보(5.0%), 심상정 정의당 후보(3.3%)의 경우 지지율을 합쳐도 8%대에 불과했다.
유승민 후보를 뺐더니 문 후보(39.2%)가 안 후보(35.4%)를 3.8%포인트 차로 앞섰다. 홍 후보(9.0%)와 심 후보(3.7%)의 합계가 13%대로 올라섰고, ‘지지 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이 이전 설문의 12.7%에서 13.8%로 1.1%포인트 늘었다.
어떤 방식의 4자 가상대결에서도 문 후보는 서울·호남·부산·경남·강원·제주에서 우위를 보였다. 안 후보는 인천·경기·충청·대구·경북에서 1위를 했다. 4자 가상대결에서 홍 후보는 대구·경북(TK)에서 16.2%, 부산·경남(PK)에서 16.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TK에서 홍 후보를 빼면 안 후보(41.7%)가 문 후보에게 12.4%포인트 앞섰지만, 유 후보를 빼면 5.4%포인트 우위에 머물렀다. 서울에서는 홍 후보를 빼면 문 후보(41.3%)가 안 후보를 4.8%포인트 앞선 반면, 유 후보를 빼면 문 후보(41.2%)가 안 후보와의 격차를 8.9%포인트로 벌렸다.
호남에서는 보수 후보 중 누가 빠지든 표심에 영향이 별로 없었다. 홍 후보를 빼면 문 후보(50.3%)가 안 후보보다 13.4%포인트, 유 후보를 빼면 문 후보(51.6%)가 안 후보보다 15.4%포인트 높았다.
결론적으로 호남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구도가, 영남과 수도권에서는 2강(문·안 후보) 1중(홍 후보)의 구도가 드러났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문 후보(44.8%)와 안 후보(44.4%) 차이는 0.4%포인트에 불과했다. 홍 후보 지지층의 상당수가 안 후보에게 이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홍 후보 지지층의 72.4%가 안 후보에게 이동했고, 이에 비해 문 후보에게 옮겨간 비율은 2.4%에 그쳤다.
보수진영에서 홍·유 후보 중 한 명만 출마했을 때, 즉 출전선수가 누구냐에 따라 안 후보의 지지율에도 변화가 컸다. 홍 후보 출마를 가정한 4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 43.1%, 안 후보 34.2%, 홍 후보 10.6%, 심 후보 3.0%로 1, 2위 격차가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보수후보 불출마 시 文·安 초박빙 승부 될 듯
보수정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고 ‘순수’ 야당 간 3자 대결구도를 가정했을 때는 문 후보 42.5%, 안 후보 41.1%, 심 후보 3.6% 등 문·안 후보는 양자대결과 마찬가지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벌였다.
여론조사기관 타임리서치의 박해성 대표는 “유승민 후보의 경우 지지율은 물론이고 지지층의 충성도도 낮다. 따라서 유 후보의 출마 여부가 대선에서 큰 변수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현 정국에 불만이 큰 유권자들의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만일 홍 후보가 도중하차한다면 그의 지지층들은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팩트체크 결과] “홍준표를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국민의당의 주장은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대부분 진실 75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