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류현진은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와3분의2이닝 동안 6피안타(2홈런) 4실점으로 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같은 수의 안타를 맞았지만 이 경기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직구 스피드가 시속 140㎞ 초반대에 그쳤다. 게다가 투구의 탄착점이 대체로 높게 형성됐다. 류현진은 “스피드가 나오는 날이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고 말했지만 표정이 첫 경기만큼 밝지 않았다.
통증 없다지만 정말 괜찮나
공 놓는 지점 ‘릴리스포인트’
다저스 첫 해 비해 5㎝ 낮아져
어깨·팔 완전치 않다는 평가도
내일 콜로라도전 세번째 등판
공 스피드·높이 회복할지 주목
부상 후 류현진의 피칭은 약간 달라졌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졌고,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가 낮아졌다.
2013년 류현진의 릴리스포인트(공 놓는 순간의 높이)는 187.1㎝였다. 높은 타점에서 날아든 류현진의 공은 타자의 무릎 높이를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올 시즌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류현진의 릴리스포인트는 평균 181.9㎝로 낮아졌다. 재활 등판 성격이었던 2016년 1경기 등판(176.7㎝)보다는 높지만 전성기에 비해 5㎝ 이상 낮다. 아울러 직구의 수평 움직임(좌우 이동)도 2013년 15.9㎝에서 2017년 17.5㎝로 커졌다. 피칭은 직선 운동(스트라이드)과 회전 운동(허리)의 종합 예술인데, 과거 류현진의 피칭 메커니즘은 두 가지가 잘 조화된 동작이었다. 올 시즌 그는 예전보다 낮은 타점에서 공을 던지는 반면 허리 회전을 더 많이 한 나머지 투구의 수평 움직임이 증가했다.
과장을 더하면, 류현진의 폼은 머리 위에서 공을 뿌리는 오버핸드 동작에서 스리쿼터(머리 높이와 비슷한 릴리스포인트) 형태로 조금 바뀐 것이다. 이는 류현진의 어깨·팔 상태가 완전치 않을 거라는 걱정과 함께 변화구 각도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수술 후 지금까지 우리는 류현진의 통증 여부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이젠 아프지 않은 것 같지만 구위 회복은 또 다른 문제”라며 “투구수 100개 정도까지 던져본 뒤 선발진에 합류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계속 던져야 구위가 회복되고, 릴리스포인트도 회복할 텐데 다저스가 얼마나 기다려 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치료 전문가 이상훈 CM충무병원장은 “어깨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당장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처럼 어깨 수술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하거나 구속이 더 빨라지는 경우는 없다”며 “통증을 느낀 2014년 말 수준으로 회복하는 게 최상이다.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2017년의 류현진이 2013년의 류현진과 같을 순 없다.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시속 5㎞, 높이 5㎝의 변화는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는 큰 차이다. 류현진이 150㎞의 공을 뿌릴 땐 회전력·제구력 등 다른 요소와 결합해 155㎞ 이상의 체감 위력을 발휘했다. 또 투구 궤적 5㎝는 헛스윙과 땅볼을 가를 수 있는 차이다. 예전의 스피드와 높이를 회복하거나 이게 안된다면 현재 메커니즘으로 타자와 상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8일처럼 던진다면 희망이 있다. 14일 같다면 선발진 잔류를 장담하기 어렵다. 류현진의 다음 피칭이 중요한 이유다. 그의 세 번째 등판은 19일 오전 11시10분 콜로라도와의 홈경기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