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월(2.5%)보다 0.1%포인트 올린 2.6%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히면서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 배경
반도체·OLED 수요 꾸준
IT 설비투자 9.5% 증가 예측
새 정부 부양책에도 기대감
북 관련 불확실성이 걸림돌
기준금리는 10개월째 동결
이주열 “인하 필요성 줄었다”
자료:관세청·통계청
모처럼 훈풍을 불러온 건 정보기술(IT) 업종의 설비투자다. 한은은 지난 1월 3%로 잡았던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이번엔 9.5%로 대폭 끌어올렸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D램 가격 상승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 등 IT 업계의 글로벌 수요 여건이 바뀌었다”며 “연초 조사 때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4개 사가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관세청·통계청
하지만 이주열 총재의 말대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중국의 무역제한 조치 확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를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 중 중국 변수에 대해 장민 국장은 “앞으로 1년간 중국 관광객이 30%, 대중 수출이 2% 줄어 경제성장률을 연 0.2%포인트 낮출 것”이라며 “새 정부와 중국의 관계에 따라 성장률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각 기관
전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5월 10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곧바로 추경 편성에 돌입해 경제 부흥 2017을 집행해 나가겠다”며 집권 초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11일 ‘4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한은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으면서 추경론은 탄력을 잃게 됐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가 발생할 때만 편성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추경을 한다면 이 중 ‘경기침체’가 요건이 될 텐데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진 상황에선 맞지 않다.
이날 이주열 총재도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로 인해 국내 경제의 하방 위험이 증대될 경우엔 추경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의 전망이 어긋날 만한 돌발 변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으로 동결했다. 10개월째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 이주열 총재는 설명회에서 “앞으로 성장과 물가의 경로를 고려해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이전에 비해 줄었다”고 밝혔다. 좀처럼 한은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기준금리 방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경제 흐름이 전망대로 간다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확인해 줬다”며 “다만 가계소득 개선, 가계부채 등 내수의 구조적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연내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애란·심새롬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