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렇게 질질 끌려서? … 유나이티드항공 불매운동 번져

중앙일보

입력 2017.04.12 02:50

수정 2017.04.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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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항공 여행(Fly the Friendly Skies)’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의 홍보 슬로건이다. 한데 유나이티드항공에 탔던 승객이 피를 흘리며 강제로 끌려 나오는 영상이 11일 공개됐다. 승객 잘못이 아니었다. 항공사의 오버부킹(정원 초과 예약) 때문이었다. 이 승객이 69세 아시아계 남성으로 밝혀지면서 인종차별 논란까지 더해졌다. 이에 할리우드 스타까지 가세한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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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을 출발해 켄터키주 루이빌로 향할 예정이던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에서 오버부킹 때문에 탑승객 중 4명이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 그러나 내리려는 승객이 없자 항공사는 자체 기준에 따라 4명을 선택했다. 이 가운데 3명은 항공사가 제시한 보상에 동의하고 내렸다. 그러나 의사라고 직업을 밝힌 한 명은 “다음날 환자 진료 예약이 돼 있어서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사 측은 곧장 공항경찰대에 연락했다. 출동한 보안요원 3명이 승객의 두 팔을 붙잡고 질질 끌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승객은 복도 양쪽 좌석 팔걸이에 얼굴을 마구 부딪쳐 피범벅이 됐다.
 
 
승객들이 일제히 “그만두라”고 소리쳤으나 소용없었다. 이 장면은 스마트폰으로 촬영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제대로 사과 않는 항공사에 분노
승객 아시아계 … 인종차별 논란도
4명 내린 뒤 다음날 운항인력 넷 태워
미, 작년 오버부킹으로 43만 명 피해
못 탈 땐 다음 항공편 등 체크해야

“가장 싼 항공권 샀기 때문에 내려야 한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서 오버부킹을 이유로 내릴 것을 요구받은 승객이 이를 거부하자 보안요원에 의해 기내에서 끌려나가고 있다. [사진 유튜브]

유나이티드항공은 4명을 내리게 한 뒤 조종사와 승무원 각 2명을 태웠다. 다음날 운항 인력이었다.
 
미국에선 2016년 43만 명의 예약 승객이 오버부킹으로 탑승이 좌절됐다. 미국 내 항공 여행객(6억6000만 명)의 0.07%다. 항공업계는 예약 부도 등에 대비해 관행적으로 정원을 초과해 예약을 받는다. 정원보다 많은 승객이 나타나면 약간의 보상과 함께 다른 항공편 이용을 유도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외여행을 할 땐 다음 항공편을 체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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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항공편에 탑승했던 타일러 브리지스는 “승무원이 800달러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객 윌 네빗은 “승무원이 의사에게 가장 싼 항공권을 샀기 때문에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카고 공항경찰대는 성명을 내고 “보안요원의 행동은 적법하지 않다.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해당 요원은 업무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좌석에 얼굴을 부딪쳐 피를 흘리는 모습. [사진 유튜브]

 
사건 발생 직후 유나이티드항공의 대응은 시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항공사는 “오버부킹 상황에 대해 사과한다”고 짧게 밝혔다. 폭력 상황이나 연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음날 오스카 무노즈 최고경영자(CEO)조차 성명에서 “우리 모두를 속상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승객을 재배치(re-accommodate)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반성은커녕 ‘재배치’라는 단어를 선택해 항공사의 갑질을 오히려 부각시켰다. 무노즈가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승객을 항공기에서 내리도록 했다. 해당 승객이 업무를 방해했고 공격적이었다”며 승객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가수 리처드 막스“항공사 보이콧할 것”
 
이 사건은 트위터에 100만 건 이상 언급됐다.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을 제압하는 데 도움을 준 미국의 유명 가수 리처드 막스는 트위터에 “유나이티드항공 보이콧에 나선다”고 올렸다. 제이미 킹 등 할리우드 스타도 대거 가세하며 글로벌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경영 리스크 컨설턴트인 에릭 시퍼는 “이제 ‘유나이티드’는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 대학살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나이티드항공과 스타얼라이언스 항공동맹으로 엮인 아시아나항공이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