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실은 외교부가 11일 공개한 외교문서 23만여쪽(1474권)에서 밝혀졌다. 정부는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매해 심의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주제네바 미얀마 대사 증언 “자살 동기도 없어…진상 못 밝혀”
U 대사는 “판사의 딸이 사망한 현장에서 북한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며 “자살을 할 만한 특별한 동기도 없어 사인 규명을 위해 노력했지만 진상을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관여한 듯한 정황은 있지만, 실체 확인은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약 1년 전(85년 12월경)에는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주제네바 버마대표부에 폭탄장치를 설치했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이에 당시 건물에 있던 버마, 필리핀, 리비아 대표부 등의 직원이 대피하고 스위스 경찰에 연락해 건물을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인해 버마와 북한 간 긴장 관계가 상당 기간 지속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83년 11월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버마는 베이징 주재 대사를 통해 중공 측에 사건의 전모를 알렸다고 한다. U 대사는 “그로부터 얼마 뒤 김일성이 급작히 중공을 방문했는데, 이 방문 목적 중 하나가 해당 사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중공 측은 우리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북한 정부의 승인을 취소(derecognize)하는 조치까지 취한 것은 납득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버마 정부는 당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평화적 방법으로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며, 정부 승인 취소 이상의 제재 조치가 존재했다면 그런 조치도 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