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 개시
전날 영국 컨설팅업체 지옌(Z/Yen)이 발표한 세계금융서비스지수(GFCI)에 따르면 런던은 지난해 9월에 비해 13점이나 떨어진 총점 782점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50위 안에 든 전 세계 금융 도시 가운데 뉴욕·부산(각각 14점)에 이어 가장 큰 낙폭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지옌 측은 “런던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은행들은 EU 내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룩셈부르크 등으로 직원들을 옮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블린·암스테르담도 기대감
반면 유럽의 다른 도시들은 런던을 떠날 채비를 하는 금융사와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파리는 2021년까지 파리 서부 외곽 지역 37만5000㎡ 규모의 부지에 새로운 금융지구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를 차기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런던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향후 5년 안에 금융 관련 일자리 1만 개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영국과 법 제도가 유사하고 언어가 같은 아일랜드 더블린과 전 세계로 통하는 항공망이 가장 잘 갖춰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도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권에 불어닥칠 브렉시트 여파가 미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데이비드 블레이크 영국 캐스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런던의 금융사들은 서로 인접해 있어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리면서 뛰어난 인력 풀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며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등이 짧은 시간 내에 이런 유·무형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