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WTO 재판관·한국외대 교수
경제학자들은 이런 국수주의적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배넌이 이와 동시에 실리콘밸리에서 로봇공학,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3D프린팅, 산업인터넷, 생명공학 등을 위주로 제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미국 내 기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일본 책사들은 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아베 방미 때 미국 인프라 투자와 로봇·인공지능 공동연구 등을 통해 7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확대 필요
배넌 수석전략가 세계관 이해해야
한국, 외교부 직원 고작 2230명
향후 3년간 매년 1000명씩
외교인력 5000명으로 늘려야
배넌 수석 전략가는 국내 경제정책에 관여할 뿐 아니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중국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과 동급의 권력을 갖고 있다. 배넌은 80~100년 단위로 역사가 4단계로 반복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을 새롭고 위대하게 만드는 질서가 탄생하기 위해 네 번째 단계에서 독립전쟁, 남북전쟁, 제2차 세계대전 같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월가와 엘리트들만 부유하게 만들고 평범한 중산층은 몰락시키는 세계화와 자유주의적 질서에 도전하겠다며, 미국은 유대-기독교 서구를 위협하는 세력들과 전쟁 중임을 선언했고 향후 10년 내 중국 및 중동과의 전쟁을 예측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한 보응우옌잡 베트남 장군은 적의 싸울 의지를 꺾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했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다. 열강들의 눈치를 보느라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겠다는 구상은 국익 증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열강들의 책사와 무역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처럼 전통적 외교안보를 벗어나 경제, 국민안보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안보 개념으로 진화시켜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호주와 네덜란드는 각각 1000만, 2500만의 인구에 외교부 직원이 5000명이다. 우리는 인구 5000만에 외교부 직원이 고작 2230명이다. 외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정부는 3년간 매년 1000명씩 뽑아 5000명으로 늘려야 한다. 국내와 해외근무 인력을 구분해 선택권을 주고 후자 그룹만 공관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전문성을 위해 주요 공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게 하고 외교부 장관 비서실에는 외교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50여 명의 외교 브레인을 두어 빠른 지형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나라가 분열되면 열강들만 좋아한다. 세계는 서울 시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도 하루빨리 4차 산업혁명, 사드, 군 위안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산적한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한다.
김현종 WTO 재판관·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