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진단
8일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도시에서 1순위 청약을 받은 ‘고덕 파라곤’은 597가구 모집에 2만9485명이 몰려 평균 4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평택의 공급 물량이 많았던 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에 속한 단지라 당초 청약성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홍경욱 동양건설산업 분양소장은 “예상보다 청약자들이 많이 몰려 놀랐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감정원·금융결제원
전국 평균 아파트값 12주 만에 반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상승세 이끌어
봄 이사철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
건설사 분양물량 2월보다 5배 증가
“재건축 기대감 반영, 상승 전환 일러”
여기에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입지 여건이 양호한 신규 아파트를 중심으로 봄 이사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연초 보합권에 머물던 종로(0.07%)·은평구(0.04%) 등 강북권 일부도 상승세를 탔다.
자료:한국감정원·금융결제원
건설사들도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 선보이는 신규 분양 아파트는 총 4만7000여 가구다. 2월(8927가구)의 5배가 넘고 지난해 3월보단 22% 늘어난 수치다. 청약시장 위축 탓에 1~2월 예정된 분양 일정을 미룬 영향이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 때문에 일정을 앞당긴 물량도 더해졌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회복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이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재건축 호재 등의 기대감이 집값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집값의 선행지표인 매매 거래량도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아파트 1359가구(9일 기준)가 팔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3월(7029가구)의 19% 수준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가 되면서 가격이 반등한 측면이 강하다”며 “거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집값은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기적 변수는 국정 혼란 가능성이다. 당장 대통령 탄핵 여부에 따른 정치적 갈등이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은 시장에 불안감을 키울 수 있고 건설사가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장원석 기자 apex@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