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은 이정철이 현지 기업의 정보기술(IT) 부서 직원으로 근무한다고 밝혔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정철은 해당 업체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으며 IT 지식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톰보엔터프라이즈 사장
“회사 일 안 해 월급 준 적 없었다”
북 공작원 활동하며 위장취업 의혹
총 사장은 “평양에서 친분을 맺은 북한 과학자 문호의 조카인 이정철이 2013년 나를 찾아와 같이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이정철이 말레이시아에 정착하고 싶다고 해 취업비자를 얻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총 사장에 따르면 이정철은 당시 IT 전문가라고 적힌 소개장을 들고 왔다. 그러나 총 사장은 “이정철이 IT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정철이 화학 전문가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총 사장은 이정철이 평양에 있는 삼촌으로부터 북한산 버섯 추출물을 수입하고, 말레이시아산 팜유와 설탕 등을 북한에 판매했다고 전했다. 총 사장은 “이정철이 1년에 한두 차례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가 또 다른 사업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양 거래처로부터 수입을 얻어 생활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총 사장은 지난 3년간 이정철을 5~6차례 만났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올해 춘절(春節·중국 설날) 직전인 1월 말께였다. 총 사장은 이정철을 “특이한 면모가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이정철은 겸손하고 조용한 사람”이라며 “그가 체포됐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이정철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해 만나거나 전화를 할 때면 항상 대학생인 그의 딸이 통역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정철이 체포된 이후 그의 가족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휴대전화가 이미 꺼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쿠알라룸푸르=김준영 기자 kim.junyou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