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는 지금
한 증권사의 채권 담당 전문가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를 이렇게 비유했다. 오는 4월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액면가 1만원의 채권값은 9일 8401.2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기 상환만 이뤄지면 두 달여 만에 채권 하나당 약 1600원의 수익(약 18%)을 올리는 셈이다. 연 환산 수익률로는 100%를 웃돈다. 그는 “개인들은 정부가 어떻게든 대우조선은 살리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에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정상화 기대에 개인 투자자 몰려
만기 상환 땐 연환산 수익 100%↑
뉴스 나올 때 마다 채권값 급등락
한진해운처럼 투자금 날릴 수도
‘사자’세가 몰리면서 채권값은 이후 슬금슬금 올라갔다. 지난해 10월엔 85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지난해 9월 저점(7180원)에서 샀다면 한 달도 안 돼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대우조선도 사채권자 집회(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의 회의, 주식의 주주총회와 유사)를 열어 공모채권 상환유예 등 채무재조정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9일 채권값 급락이 예상되는 뉴스였지만 동시에 1조원 규모의 수주 소식이 알려지면서 채권값은 1.6% 하락에 그쳤다.
과거엔 ‘선량한’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투자 위험을 충분히 알고 들어간 개인투자자들 돈만 물어주는 것은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방조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핵심 산업을 살리기 위해 들어간 세금을 투기 목적의 투자자들 돈을 물어주는데 써야 하느냐는 의문이다.
앞서 ‘대박’을 노리고 달려든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자들은 결국 ‘쪽박’을 찼다. 지난해 초만 해도 9000원선에 거래되던 한진해운 채권은 지난 2일 파산이 최종 결정되면서 400원을 끝으로 거래 정지됐다. 8일부터 7일간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성현희 NH투자증권 골드넛WM센터 PB팀장은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수익률만 보는 게 아니라 신용등급까지 따져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