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탄핵도 안 됐는데 정치권이 너무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다. 촛불을 더 높이 들어 반드시 탄핵을 관철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어제는 “헌재가 신속하게 심판을 내려달라”고 압박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2월 말까지는 지긋지긋한 상황이 끝나길 바랐던 국민적 기대를 헌재가 저버렸다.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 촉구하는 총력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조기 탄핵을 위해 야 3당 공동 대응을 할 것이라고 한다.
탄핵 기각·연기설 등에 정가 뒤숭숭
박 대통령의 지연 술책 치사하지만
문재인·민주당 언행도 앞뒤 안 맞아
이런 루머에 휘둘리는 것은 헌재의 능력과 자율성, 독립성을 해칠 뿐 아니라 78%에 달했던 탄핵 찬성 국민 여론, 국회의원 정원 300명 중 234명이나 탄핵소추안에 찬성했던 입법부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짓이다. 이런 때일수록 헌재를 믿어야 한다. 탄핵 일정에 개입하려는 충동을 자제해야 한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최종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이것이 대통령 탄핵의 마지막 결정을 정치권이나 거리의 시민집회가 아니라 헌재에 맡긴 헌법 정신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은 정치의 실질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만큼 당파적 이익보다 국가적·헌법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입장에 서길 바란다. 촛불을 들기보다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정도다. 태극기 세력에 맞불을 놓기 위해 장외로 나서겠다는 태도는 수권 정당답지 않다. 국민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민주당이 조기 탄핵을 요구하면서 탄핵 심의의 사실상 전제가 되는 특검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모순이다. 민주당이 낸 법안대로 특검을 50일 연장하면 헌재가 그만큼 탄핵 일정을 늦춰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탄핵의 시곗바늘을 조정할 권한은 오직 헌재가 갖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의 시민이 헌재를 믿고, 밀어줘야 헌법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