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은 젖소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를 분석했더니 이전 국내에서 번졌던 것과 혈청형(O형)이 같았지만 세부 유전자 유형이 달랐다. 방글라데시·태국·베트남 등지에서 최근 발생한 바이러스의 유전자형과 99.4% 수준으로 비슷했다. 국외에서 새로 유입된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농식품부는 이 바이러스의 정확한 유입 경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 “소 평균 항체 생성률 98%”
충북도 “접종 매뉴얼대로 안 한 듯”
보은 바이러스, 국내 첫 발견된 변종
기존 백신 효과 있는지 조사하기로
전북 정읍 한우농가서도 구제역
첫 전국 규모 소·돼지 이동 중지령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보은과 100㎞ 이상 떨어진 정읍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조기 차단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이번에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보은의 젖소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충북도가 5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농가의 젖소 21마리를 표본 조사한 결과 4마리(19%)에서만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농식품부는 정상적으로 접종을 한 소의 항체 형성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97.5%, 돼지는 75.7%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반론을 제기한다. 효과가 거의 없는 ‘물 백신’ 접종 가능성이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기존의 백신이 잘 듣지 않는 변종 바이러스라면 더 많은 농장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 백신’이든 정부와 농장의 허술한 접종 관리든 구제역 방역망이 뚫린 게 사실이라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가축에게서 발병한다. 공기로도 쉽게 전파될 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감염된 소·돼지는 폐사하지 않더라도 곳곳에 생긴 물집 때문에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 2010~2011년 구제역이 대유행했을 땐 국내 소 사육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피해가 컸다. 당시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 소독 비용, 생계 지원 자금 등으로만 2조8695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최초 발생지, 이동경로 등 철저 방역을”
3281만 마리의 가금류 살처분(5일 기준) 피해를 낸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전북 김제시 소재 한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신고가 있었다. 지난달 24일 이후 13일 만의 추가 신고로 AI 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은 상태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신속한 스탠드스틸도 중요하지만 이 조치의 원래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며 “구제역 최초 감염원, 이동 경로, 추가 전파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해 차단 방역에 나서야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백신 접종을 한 소는 보통 우유 생산량이 줄거나 사료를 덜 먹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접종에 소홀한 농가가 있을 수 있다”며 “백신 접종에 대한 엄정한 실태 조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현숙 기자, 세종·정읍·보은=이승호·김준희·최종권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