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저체중이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나이가 들면 치아가 불편하고 미각을 좌우하는 침 분비나 후각 기능이 떨어진다. 입맛이 없어진다. 소화흡수 기능이 떨어지니 몸에서 음식을 받아들이는 효율도 낮다. 병에 걸리면 회복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는 것도 이유다. 게다가 소식하고 채식하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니 일부러 고기는 잘 안 먹는 경향도 있다.
과체중이 병에 더 잘 견뎌
어르신 건강 해치는 소식(小食)
저체중이면 회복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뇌졸중재활코호트연구단(2015)에 따르면 65세 이상 뇌졸중 환자의 경우 과체중일 때 저체중보다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더 수월했다. 체중이 적당해야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어내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신곤 교수는 “저체중인 사람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을뿐더러 건강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어 평소에 운동도 잘 안 한다”며 “이렇다 보니 근육량도 적어 회복이 더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처 회복이 잘되지 않는 것도 저체중 환자의 발목을 잡는다. 김선욱 교수는 “영양이 충분해야 딱지가 생기면서 섬유화가 진행되고 상처가 낫는데 영양이 안 좋으면 감염만 잘 되고 상처가 덧난다”고 말했다. 원장원 교수는 “혈액순환이 안 돼서 생기는 욕창이 회복되는 것도 영양 상태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식사량이 줄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는 미세 영양소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노인에게서 부족한 대표적인 영양소는 칼슘과 비타민A·D, 리보플라빈, 티아민이다. 노인 중 다수가 필요한 양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게 섭취한다. 원 교수는 “미세영양소는 신경을 재생하고 혈액을 생성(조혈)하는 역할을 한다”며 “치매·신경염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식욕 없으면 복용약 점검해 봐야
고기를 잘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단백질 섭취와 체중 유지에 효율적이어서다. 원장원 교수는 “노인은 젊은 세대와 다르게 고기를 먹어서 성인병에 걸리는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소화흡수율이 떨어져 근육을 만들 때 더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섭취를 늘려야 한다. 원 교수는 “성인은 체중 1㎏당 단백질을 0.9g 먹으라고 권하는데 노인은 최소 1~1.2g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체중이 50㎏이면 50g의 단백질을 먹으면 된다. 보통 고기 100g에는 약 20g의 단백질이 있다. 치즈 한 장(20g)에는 3g, 두유 한 컵(200㎖)에는 약 7g이 들어 있다.
질병이 있으면 더 잘 먹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회복 과정에서 필요한 단백질의 양이 1.5배 늘어난다. 김선욱 교수는 “심부전·간경화 같은 병이 있으면 밥을 잘 먹지 못하거나 염증 반응 때문에 영양 소모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체중과 근육이 줄어들면 일상생활을 하거나 운동하는 게 힘들어져 회복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식사는 거르면서 합성영양제를 여러 개 챙겨 먹는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원 교수는 “합성비타민을 과량으로 먹었을 때 부작용이 생긴다는 연구가 많다”며 “비타민A가 암을, 비타민D가 요로결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인은 식품으로 영양소를 챙기면서 보조제로 종합비타민 한 알 정도 챙겨 먹는 게 적당하다.
이유 없이 식욕이 줄어 밥 먹기가 힘들면 복용하는 약이 문제일 수 있다. 원장원 교수는 “일부 당뇨약과 심장약 중에는 식욕을 상당히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평소 식욕이 많이 떨어지면 다른 약으로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