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행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고 ‘소이부답(笑而不答)’하자 국회 주변에서는 반 전 총장 지지층의 20.3%가 본인에게 이동(본지 2월 2일자 1면)하고 있는 현실이 싫지 않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반 전 총장 이후 60대 이상 보수층이 황 대행에게 쏠리며 10% 중반까지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범보수 대표주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대선 출마하나’ 질문에 미소만
유 “황, 생각있으면 대행 그만둬야”
일각선 김무성·오세훈 재등판론도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날 “대통령을 아마추어에게 맡기면 안 된다. 프로페셔널 정치인이 정답”이라며 황 대행을 간접 비판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할 때도 프로에게 맡기는데 대한민국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은 정치 프로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지난달 31일과 1일 실시한 설 민심 여론조사에서 범보수진영 대선 단일 후보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지지자에게 질문한 결과 황 대행(32.1%)이 유 의원(15.4%)보다 16.7%포인트 지지율이 높았다. 유 의원 캠프를 총괄하는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황 대행이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부대에 박 대통령과 동일체로 인식되며 지지를 받고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유 후보로 보수층 결집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주자 기근상황인 바른정당에선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최고위원의 재등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다시 대선에 도전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선 불출마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오 최고위원은 “대선 출마는 가볍게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후보를 못 낼 거 같지만 황 대행을 포함해 누가 나오면 범보수후보 단일화 대상에 포함된다”면서다. 다만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은 크게 보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황 대행 영입을 바른정당과의 생존 경쟁 승부처로 보고 사활을 걸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황 대행에게 전혀 예측 못한 지지율이 나오고 있는데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우리 당에 오신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황 대행은 입장자료를 내고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출석으로 자리를 비우면 위기상황에 즉시 대처하지 못해 국정 공백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정효식·백민경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