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전 총장은 앞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최씨와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잠깐 인사만 한 사이”라고 말했다. 최순실씨 역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에서 “에콜페랑디는 차은택씨를 통해 들어보기만 했지 잘 모른다”고 증언했다.
김성현 사무부총장 재판서 증언
서로 잘 모른다던 주장과 배치
“최씨는 안종범이나 우병우 부인
미르 직원끼리 우스갯소리도”
이날 재판에선 안 전 수석과 최씨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최씨가 미르재단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지시를 하면 며칠 뒤 청와대에서 같은 내용으로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 미르 직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최씨가 안종범 부인이나 우병우 부인 아니냐’는 대화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씨가 ‘재단 업무를 하다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안 수석과 통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조언만 했다던 최씨의 주장과 180도 다른 이야기도 나왔다. 오후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헌영(39)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씨가 재단 사업을 빌미로 SK에 80억원을 요청하고 가격 협상을 한 사실을 폭로했다. 박씨는 “지난해 초 시각장애인을 위한 K스포츠재단의 사업 ‘가이드러너’ 등에 필요한 자금 80억원을 SK에 요청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50억원은 비덱 스포츠로 송금하라고 해라’고 지시했다”며 “SK 측에서 재단과 상관없는 비덱에 돈을 보내는 것을 거부한 사실을 보고하자 최씨가 ‘뭘 이렇게 까다롭게 나오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원금 지급 시기 등을 두고도 SK 측과 갈등을 벌이다가 최씨 지시로 지원 요청을 취소했다”고 덧붙였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