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절주·다이어트·UDCA 섭취 지켰더니 지방간 탈출

중앙일보

입력 2017.01.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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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기능 되살리려면
지방간을 우습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워낙 흔한 데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다. 특히 폭탄주를 즐기는 40대 남성이 그렇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주 1회 이상, 한 번에 소주 7잔 이상)은 25.9%에 이른다. 이미 대다수가 알코올성 지방간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술을 끊지 않으면 35%가 간염으로, 20%가 간경변으로 이어진다. 간의 회복을 돕는 방법을 살펴봤다.
직장인 김성운(46·가명)씨는 지난 연말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의 절반 이상에 지방이 껴 있다고 진단받았다. 간에 염증이 심한 상태였다. 워낙 술이 셌기 때문에 김씨는 자신에게 지방간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간이 망가지는 동안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했던 터라 충격은 컸다.

당장 관리하지 않으면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새해부터 술을 끊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얼마 전 받은 검사에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방이 20%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의사는 앞으로 최소 5개월은 더 다이어트하라고 말했다.

음주 후 48시간 쉬어야 회복
일주일에 1㎏ 이하 체중 감량
경증 지방간은 운동 효과적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상태다. 김씨처럼 50% 넘게 축적됐다면 간이 노랗게 바뀌고 비대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몸속과 달리 겉으로는 거의 변화가 없다. 간혹 피곤하고 오른쪽 가슴 밑이 뻐근한 정도다. 소변이 누렇고 거품이 생기지만 그냥 지나치기 쉽다. 대부분 지방간 환자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알게 되는 이유다.
 
끼니마다 평소 4분의 3만 섭취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과음과 비만이다. 지방간에서 탈출하려면 가장 먼저 술을 끊어야 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술만 끊어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국민건강지침에서 권하는 ‘덜 위험한 음주량’은 하루 소주 2잔(100㏄) 또는 맥주 3잔(600㏄)이다. 이보다 더 마시면 지방간 탈출은 힘들다. 한 번 술을 마신 뒤에는 적어도 48시간은 쉬어야 간이 회복된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송상욱 교수는 “만약 술을 마셨다면 빠른 숙취 해소를 위해 타우린 성분이 들어간 해장 음식을 먹는 게 좋다”며 “타우린은 간에서 담즙산 분비를 촉진하고 알코올 대사 활성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타우린은 바지락·홍합·오징어에 풍부하다.


절주와 함께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지방간 치료법은 다이어트다. 대한간학회는 6개월에 걸쳐 현재 체중의 10%를 줄이도록 권고한다. 중요한 건 감량 속도다. 너무 빨라선 안 된다. 일주일에 1㎏ 이하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열량 섭취를 급격히 줄이면서 짧은 시간에 과하게 체중을 감량하면 간의 염증이 오히려 증가한다. 심하면 간부전에 빠질 수 있다.

체중 감량을 위해 끼니를 건너뛰는 것보다는 하루 세끼를 먹되 한 끼 섭취량을 평소의 4분의 3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하고, 평소보다 탄수화물은 줄이면서 단백질은 늘리는 게 좋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지방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비만이 아니고 술도 마시지 않는데 지방간 판정을 받았다면 평소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단백질은 간이 회복하는 재료가 된다. 살코기와 생선, 콩, 두부, 달걀은 간세포 재생을 돕는다. 단, 간경변 환자에게는 간성혼수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운동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가벼운 수준의 지방간이라면 당장 운동을 시작해도 큰 무리가 없다. 중등도 또는 중증의 지방간이거나 별도의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격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간경변에는 종종 합병증으로 정맥류 질환을 동반하는데, 격렬한 운동은 정맥류 출혈을 유발한다.

검증되지 않은 약이나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은 경계해야 한다.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 다이어트 약이나 민간요법이 이에 해당한다. 대한간학회가 권장하지 않는 민간요법은 인진쑥, 돌미나리즙, 녹즙, 상황버섯, 헛개나무, 오가피 등 생약제와 다슬기즙, 붕어즙, 장어즙, 다이어트 한약, 장뇌삼 또는 산삼이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간에 좋다고 권장되는 음식이다. 그러나 농축되면 간에 오히려 부담을 준다. 개인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검증 안 된 건기식 요주의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성분으로 지금까지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UDCA(우르소데옥시콜산)가 유일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품으로 승인했다. 효과와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의미다. 반면에 간 기능 회복을 효능으로 내건 건강기능식품은 대부분 정확한 효능, 복용 기준,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UDCA는 그 자체로 담즙의 일부이면서 담즙의 분비량을 늘린다. 간에서 하수구 역할을 하는 미세담도를 깨끗하게 해 간이 독소와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정상 간세포는 보호하고, 손상된 간세포는 회복시킨다. 실제 간 기능 이상이 있는 환자 168명에게 UDCA 50㎎을 8주간 복용케 한 결과, 간 기능 검사(ALT) 수치가 12.7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간세포가 손상을 받은 경우에 증가한다. 반면에 가짜 약을 먹은 환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0.03% 감소). 송상욱 교수는 “건강보조식품을 선택할 땐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현재 건강·영양 상태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며 “이미 먹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역시 전문의와 상담해 복용 유무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