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서울 천호대교 북단 아래의 한강 둔치. 천호대교 교각 주위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동물 움직임이 포착됐다. 카메라 속 영상을 확인한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직원들은 "수달이다" 하고 환호했다.
영상에는 수달 암컷 한 마리, 그리고 이를 따라가는 새끼 수달 3마리가 찍혔다. 먼저 어미가 카메라 앵글 속에 들어와 먹이를 찾는 듯 주변을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린다. 이후 어미 뒤에 떨여져 있던 새끼들이 어미를 따라 앵글 속으로 들어온다. 수달 가족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앵글 밖으로 사라졌다.
천호대교 북단에서 무인카메라에 포착
개발로 자취 감춰 40여 년간 발견 안 돼
생물학계에선 40여 년만의 수달 출현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박사는 "수달은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수달이 산다는 것은 이 일대 생물다양성이 개선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수달이 발견된 만큼 환경부는 서울시·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과 추가적으로 이 일대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홍정기 한강유역환경청장은 "수달의 개체 수, 행동범위 등을 확인해 수달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수달은 야행성 동물로 1~2월에 교미를 하고 두달 여를 임신 기간을 거쳐 한 번에 새끼 1~4마리를 낳는다. 교미 후엔 수컷과 헤어져 암컷이 새끼를 키운다. 세력권이 뚜렷해 수컷은 15㎞, 암컷은 7㎞ 범위를 생활권으로 삼는다. 새끼가 어미로부터 독립하면 독립적인 세력권을 형성한다.
수달은 1970년대 이전에 한강에도 많이 살았다. 하지만 댐과 수중보가 놓이고 한강 둔치가 콘크리트에 덮히며 사라졌다. 한때 모피 재료로 남획된 것도 수달이 한강에서 사라졌던 이유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