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17일 봉하마을 방문, 노무현 사람들에게 '배신자'로 찍힌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17.01.15 14:3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2006년 11월 청와대에서 만난 반기문(왼쪽) 당시 외교통상부장관과 노무현 대통령.

대선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기로 결정하면서다. 반 전 총장은 1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 때 “봉하마을 방문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 방문 뒤엔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때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된(2004년) 이력서상으론 친 노무현 인사다. 하지만 친노 인사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 측 오준 전 유엔 대사는 “당시 유엔 대표부에 차려진 빈소에 바로 찾아가 조문을 했다”며 “이후 국내 일정 때 봉하마을을 찾아가기도 했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2004년 6월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때 노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의 장관직을 유임시켰다. 당시 언론과 관가에선 반기문 장관 경질을 기정사실로 여겼지만, 노 전 대통령은 “누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반 장관을 개각 대상에서 뺐다. 친노 진영에서 반 전 총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선에 경쟁하려는 데 대한 반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밖에도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유엔 사무총장 선거 당시, 동원호 피랍자 석방지연과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등으로 외교ㆍ안보라인 문책론이 빗발쳤을 때도 반 전 총장을 감쌌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것은 멋진 일 아니냐. 욕은 내가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15일에도 논평을 내고 "허울 좋은 정치 교체, 어설픈 서민 코스프레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반 전 총장을 비판했다.

온라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