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의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최씨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 재판부가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최씨·안종범·정호성 첫 공판
검찰 “대통령 공범 증거 차고 넘쳐”
안종범 집엔 ‘증거인멸 방안’ 문건
“휴대폰 우측 상단 1/3지점 부숴라”
이에 검찰은 “최씨가 실소유한 회사 더블루K 등을 통해 재단 돈을 어떻게 빼내려 했는지 공소장에 자세히 나와 있다”며 “(대통령 공모 혐의도) 국격을 생각해 최소한의 사실만 기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류 증거 조사가 시작되자 검찰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검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단 관련자 등의 진술조서를 근거로 “청와대가 K스포츠재단을 만들도록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르재단 설립 역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실에서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롯데그룹 정책본부 이석환(50) 상무의 진술조서를 제시하면서 “이 상무는 출연금 요구에 대해 조금 황당했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VIP(대통령) 관심사항’이라고 말해 반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검찰은 최씨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내기도 했다.
검찰은 또 더블루K 대표 조모씨의 휴대전화 일정 내역을 증거로 제시하며 “지난해 2월 25일 ‘골든벨 미팅’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금종(金鐘)’에서 ‘골든벨’로 바꾼 것이다. 최씨가 안 전 수석, 김 전 차관과 짜고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더블루K를 연결해 준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언론 기사를 증거로 제시하려 하자 이 변호사는 “머리도 똑똑한 분이 왜 이러시냐. 동의하지 않은 증거를 끼워 넣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이 “이제 와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 반박하자 이 변호사는 “비속어는 쓰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 측은 “문화·체육 활성화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재단 관련 지시도 그 연장선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재단을 직접 챙긴 정황이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발견된 증거인멸 관련 ‘대응방안’ 문서 7건도 공개했다. 문서에는 ‘휴대폰 우측 상단 3분의 1 지점을 부숴야 한다’ ‘전자레인지에 휴대폰을 돌려 복원 불가능하게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태블릿PC 둘러싼 공방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최씨에게 유출된 청와대 문건 257건과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이 대화한 6시간30분 분량의 녹음파일 등을 추가 증거로 냈다.
김선미·송승환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