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연초=비수기’라는 공식을 깨고 이달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지지부진했던 증시 상황 때문에 상장을 미룬 기업들이 당장 연초부터 쏟아져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호전실업(스포츠의류 제조), 에이비씨마트코리아(신발 도소매), 유바이오로직스(바이오의약품 개발) 등이 연초 상장을 추진한다. 일부는 이달 중 공모주 수요 예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액 조 단위 ‘대어’ 줄줄이 대기
올 20여 곳서 공모액 6~7조원 예상
코스닥선 셀트리온헬스케어 몸풀기
이랜드그룹의 유통 자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은 ‘패스트트랙(상장 심사 간소화)’에 따라 5월쯤 상장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모액이 1조원 이상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닥에서는 단연 셀트리온의 유통 자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목을 받는다. 셀트리온이 개발·생산하는 바이오의약품을 전 세계에 독점 판매한다. 지난해 4분기 램시마의 미국 수출이 본격화한 것이 흥행으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그밖에 현대오일뱅크, 포스코에너지, 노바렉스 등도 상장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거래소는 최근 2년간 상장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 덕에 코스피 시장에서 IPO 공모액은 지난해 4조2700억원으로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소 측은 “상장 주관사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해보니 올해 상장 기업은 20곳으로 예측됐다”며 “공모액도 6조~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상장이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신규 상장 기업 수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가격 대비 평균 주가 수익률(당해 연말 기준)은 2014년 고점을 찍은 후 낮아지고 있다. 2014년엔 39.4%였지만 지난해 말엔 4.8%에 그쳤다.
비싸게 공모에 참여했다가 오히려 손실을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잘 익은 과실을 수확하는 IPO 시장의 특징을 감안할 때 3년 연속 호황을 누리긴 어려운 구조”라며 “주식 투자를 할 때처럼 공모 투자에 있어서도 기업가치와 가격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를 원한다면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 등에서 청약하면 된다. 이때 전체 청약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내야 하며, 경쟁률이 높아 청약에 실패하면 돌려받는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