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대해 추측하면서 그가 말한 ‘미국 우선주의’와 그의 사업가 경력으로 인한 ‘거래적 성격’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 단어와 개념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매우 주관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 역시 미국의 이익을 우선해 왔다. 미국 외교의 목적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우선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미국의 이익이라는 궁극적 목적을 위해 어떤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느냐에 차이가 있었다. 때로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특정 사안에 있어서 상대 국가에 양보하는, 그래서 미국에 손해가 생기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감수하기도 했다.
일부 양보해도 큰 국익 지키는
전통적 미국 외교에서 탈피
모든 사안마다 손해 안 보려
단기적 개별적 실리외교 펼 듯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국과의 무역수지 개선이다. 현재 WTO 틀 내에서 중국을 제재할 별 방법이 없으므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혹자들은 트럼프의 친러시아 정책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대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1979년 소비에트 연방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반대되는 상황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트럼프 정부의 정책들은 그러한 대전략에 따른다기보다 각 개별 외교 사안에서 미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대중국 정책을 대러시아 정책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다. 구체적으론 대중국 강경 정책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오바마 정부와 달라질 수 있는지 여부다. 그는 김정은을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미치광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가,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대화할 수 있다고도 하는 등 대북 정책에 대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따라서 중국과 강하게 부딪히면 오히려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접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평화협정 교환이라는 그랜드 바겐이 가능하려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검증을 북한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화 자체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거래적 외교 성격으로 봐도 북한 핵문제에서 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북한 정권에 대해 정권 교체와 같은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17년 상반기 한국 외교는 급격한 변화의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리더십 부재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피상적 접근에 기초한 추측보다 깊이 있는 분석에 기초한 대응이 더욱 절실하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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