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돈을 세고 있다. [사진 전주시]
28일 오전 11시8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나무 밑에 (성금이) 있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 주세요”라고 말했다. 전화를 받은 정세현 노송동주민센터 시민생활지원팀장은 “미처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소년소녀 가장 위해 써주세요”
17년째 선행 계속, 총 5억 기부
그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17년째 총 18번에 걸쳐 총 4억9785만9500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2002년에는 두 번 기부했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라는 이름은 그가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옛 노송동주민센터)에 주고 사라진 뒤 시민들이 붙여 준 애칭이다.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사실 말고는 이름도 직업도 알려진 게 없다.
전주시는 2010년 1월 그의 뜻을 기리고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웠다. 노송동 주민들도 천사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나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를 본받아 익명의 기부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