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뚝이 2016 ④·끝 사회
2016년 가을과 겨울, 국정 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다. 2만 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는 매주 참가자가 늘어 200만 명을 넘어섰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이적인 정치 행위가 됐다. 광장에 우뚝 선 시민들은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중앙포토]
그 목소리는 한 편의 뜨거운 저항시였고 날카로운 만평이었다. ‘닭 껍데기는 가라, 개와 돼지의 아우성만 남고 닭 껍데기는 가라.’ 청와대를 바라보며 촛불 시민은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이렇게 바꿔 노래했다. 언젠가 자신을 개·돼지라 부른 고위 공무원의 발언을 애써 웃어넘겼던 시민들은 변화를 향한 한 걸음을 주저하지 않았다.
여덟 차례 집회 끝까지 평화 지켜
뜨거운 저항시, 예리한 만평 같아
지난 10월 29일부터 두 달 가까이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권력의 추태를 지켜본 시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은 컸다. 하지만 그들이 모였다 떠난 자리는 축제가 끝난 이후 보다 아름다웠다. 집회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평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여덟 차례의 집회에서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경찰과 대치하다 몸싸움을 벌인 23명이 전부였다. 시민들은 과격 행동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하지 마”라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 차벽에는 꽃 스티커를 수놓았다. 거의 매주 집회에 참석한 양홍석(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수백만의 사람들은 흐트러짐 없고 평화로웠지만 오히려 더 무서운 분노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그렇게 역사의 주인이 됐다.
새뚝이
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연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또는 단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을 새뚝이로 선정해왔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