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찾는 예금, 상품 잘 고르면 연 이자 1.7% 짭짤

중앙일보

입력 2016.12.23 01:00

수정 2016.12.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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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경환(43)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을 바꿨다. 한두 푼씩 아낀 돈과 펀드 환매금 등이 900만원 가까이 쌓였지만 가입한 예금의 금리가 연 0.1%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김씨는 “당장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0.1%에 묶어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새로 가입한 통장은 SC제일은행 ‘마이플러스 통장’이다. 이 상품은 국내 시중은행의 수시입출식 통장 중 가장 높은 연 1.3%(세전)의 금리를 적용한다. 조건도 간단하다. 전월과 비교해 잔액이 줄지 않으면 된다. 이 조건만 충족하면 예치금액이 1000만원 이상일 경우 연 1.3%(세전), 300만~1000만원일 경우 연 0.9%의 이자를 준다. 마이플러스 통장은 최근 출시 1년 6개월 만에 예치금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 초중반 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매력이 부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나 기업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올 10월 말 기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1조7687억원에 이른다. 9월 말보다 6조6700억원(3.4%) 가량 증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요구불예금인 수시입출식 예금(보통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98조2632억원에서 올 10월 114조1865억원으로 1년 만에 16.2% 증가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와 집값 추이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금융상품 투자나 소비 대신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시중자금이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예금은 보통 금리가 연 0.1∼0.2% 정도다. 흔히 ‘막통장’, ‘깡통 통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출금이 자유로운 장점에 정기예금 못지 않은 이자나 혜택을 더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적금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에 묶였던 돈을 현금성 계좌로 옮기는 이들이 늘면서 은행권이 이 수요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구불예금 사상 첫 200조 돌파
경제 불확실해 단기부동자금 급증
자유입출금 이자는 보통 0.1∼0.2%
SC제일, 잔고 유지하면 1.3% 지급
신한, 50대 이상이면 1.5% 우대

투자자 입장에서 머니마켓펀드(MMF)도 단기 자금을 굴리기 좋은 대안이지만 MMF는 예금자 보호와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늘 감안해야 한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는 성급한 투자보다 대기자금을 잠시 안전한 곳에 맡겨두는 ‘파킹(parking)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러보면 잠깐 돈을 묶어두면서 약간의 이자를 더 챙길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이 꽤 많다. KB국민은행 ‘START 통장’은 만 18세~35세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데 잔액 100만원까지 우대이율(연 1.0%)을 적용한다. 신한은행에도 연령별 맞춤형 예금이 있다. 20대라면 ‘주거래 S20통장, 50대 이상이라면 ‘주거래 미래설계통장’이 효과적이다. 두 예금 모두 평균 잔액 한도(최대 300만원) 내에서 우대이율(연 1.5%)을 챙길 수 있다. KEB하나은행 ‘힘내라 직장인 우대통장’은 매월 50만원 이상 급여를 이체할 경우 200만원 내에서 연 1%의 금리를 적용한다. 일정 잔액을 유지하면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통장도 있다. KB국민은행 ‘KB아시아나ONE통장’은 사용 실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 상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평균 잔액, 급여이체· 카드사용 실적 등을 반영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더 화끈한 이자를 원한다면 저축은행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저축은행도 은행처럼 5000만원까지 원리금 보장이 된다. 만 19세 이상 직장인은 OK저축은행 ‘OK직장인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기간과 금액의 제약 없이 연 1.7% 금리를 적용한다. 금리가 가장 높은 건 웰컴저축은행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이다 기본 연 1%로 시작해 월 100만원 이상 급여이체 시 연 1%포인트, 자동납부 1건 연결 시 연 0.5%포인트, 멤버십 가입이용 동의 시 연 0.5%포인트가 각각 추가돼 최대 연 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단, 500만원 이상인 경우 최대 1.5% 까지만 적용한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