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호령했던 지난 두 시즌과 이번 시즌, OK저축은행이 달라진 점은 단 하나. '쿠바 괴물' 로버트 랜디 시몬(30·2m6㎝)이 있고 없고다.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선발방식이 자유계약제에서 트라이아웃(공개선발)제로 바뀌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낮춰 국내 공격수를 키운다는 취지였다. 외국인 연봉상한액도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로 묶었다. 연봉 1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몬은 한국을 떠났다.
시몬을 보낸 OK저축은행은 트라이아웃에서 쿠바대표팀 주장 롤란도 세파다(27)를 선택했다. 세파다는 지난 7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핀란드 원정 때 성폭행 사건에 연루됐고 계약 해지를 당했다. OK저축은행은 '대타'로 몬테네그로대표팀 에이스 마르코 보이치(28)를 영입했다. 그런데 마르코는 기대와 달리 플레이가 소극적이었고 심지어 게으르기도 했다. 이렇다할 기여(공격점유율 16.8%)도 없이 8경기 만에 발목 부상으로 짐을 쌌다.
대체선수를 못 구해 국내선수로만 5경기를 치른 OK저축은행은 터키리그 할크방크에 이적료까지 주고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26·모로코)를 데려왔다. 모하메드는 사실 고질적인 허리통증을 갖고 있었다. OK저축은행는 이를 알면서도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데려왔다. 지난 7일 국내 데뷔전이었던 대한항공전에서 모하메드는 양 팀 합쳐 최다인 34득점으로 기대를 높였다. 타점이 높다보니 대한항공의 블로커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모하메드는 11일 현대캐피탈전에서 3세트 직후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무릎 부상 중이던 주포 송명근까지 복귀해 반전의 희망을 품었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표정은 다시 일그러졌다. 우승감독에서 불과 1년도 안돼 최하위 사령탑으로 처지가 바뀐 김 감독은 이렇게 푸념했다. "올해는 정말 마(魔)가 낀 것 같다"고.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