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뿐 아니라 숲 속의 생물도 겨울잠에 들거나 휴식을 취하며 왕성한 활동을 멈추고 돌아보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그들이 편히 쉴 자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죠. 그것이 안타까워 자연을 지켜주는 활동에 나선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직업 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개최하는 나눔 리더 선발대회 ‘키자니아 프라이즈’에서 올해 대상을 받은 ‘용감한 친구들’팀입니다.
봉사하는 어린이 - 부산 강동초 5 ‘용감한 친구들’
물길 내 습지 조성하고 숲 보호 활동
소중은 지난달 16일 장산 숲을 찾아가 ‘용감한 친구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살펴보기로 했어요. 부산 강동초 뒷산에 위치한 장산 숲 입구, 약속 장소에서 이들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았죠. 모두 회색 조끼를 걸치고 고무 장화를 착용한 채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있었거든요.
“저희는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친하게 지내는 동갑내기 5총사입니다. 시간이 되면 매주, 어려울 땐 한 달에 한 번 장산 숲을 찾아오죠.” 우진이가 씩씩한 표정으로 소개를 마친 후 주섬주섬 도구를 챙깁니다. 근처를 오가는 어른 등산객들과는 달리 5명의 소년들 손에는 쓰레기봉투가 하나씩 들려 있었어요. 숲 안쪽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등산로는 경사가 생각보다 가팔라 오르기에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뭐가 그리 신나는지 이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었죠. 숨이 가빠질 무렵 왼편으로 샛길이 보였습니다. 본격적인 장산 숲의 시작인 셈입니다. 흙길을 지나 냇물을 건너 5분 정도 더 들어가자 넓은 공터와 갈대밭이 펼쳐졌습니다.
“여기가 바로 저희가 만든 습지입니다. 4년 전부터 매달 지속적으로 습지 관찰, 양서류 보호, 겨울 동물 먹이주기 등의 활동을 해왔어요. 처음 장산 숲을 찾는 친구들에게 습지를 안내하고 습지 생태를 가꾸는 활동도 하죠.”
용감한 친구들은 습지 한쪽에 마련된 쉼터에 짐과 쓰레기봉투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습니다. 모종삽과 갈퀴를 들고 향한 곳은 구석의 작은 웅덩이였습니다. 5명의 소년들은 웅덩이 주변에 넓게 퍼진 후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더니 능숙하게 땅을 파며 물길을 내기 시작했죠. 시우와 창모가 땅을 파며 말했습니다.
“조금만 땅을 파도 습지라는 특성상 금방 물이 고이고 식물이 자라요. 개구리·도롱뇽은 연못 가득 알을 낳는 버릇이 있는데 물이 부족하면 낳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대요. 땅을 파 둔 덕에 많은 양서류가 알을 잘 낳을 수 있게 되죠. 습지의 흙은 물러서 저희 같은 어린이들도 충분히 삽으로 팔 수 있어요.”
땅을 파고, 돌로 물을 막고, 애매한 곳에 놓인 개구리 알이 있으면 조심조심 들어 물로 옮기는 것이 용감한 친구들의 주된 임무입니다. 가을·겨울에는 습지가 저절로 조성될 수 있도록 땅을 파주는 게 전부지만요. 이렇게 물이 고일 공간을 만들어 주면 다음은 자연의 몫입니다. 흩날려 퍼진 갈대 씨앗이 웅덩이를 찾아와 무성한 갈대밭으로 변하고, 여기에 습지 생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만들게 됩니다. 가끔 주변을 지나다니는 등산객 어른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거나 질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설명을 듣자 “힘내라”며 격려의 말을 던지고 갑니다. 처음 용감한 친구들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다고 해요. 자연을 훼손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매 활동마다 쓰레기를 줍고, 나름대로 정한 작은 범위 안에서 조금씩 터를 넓힌 후 습지의 조성은 자연에 맡기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습지를 찾아오는 새에게 줄 모이예요.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엔 먹을 것이 부족해 새가 살기 힘들거든요.” 현동이가 말한 대로 이들은 새들에게 줄 먹이를 최대한 자연스러운 형태로 습지 곳곳에 배치하고 있었습니다. 돌 위에 올려두거나, 나뭇잎에 말아낸 과일을 나무 위에 슬쩍 올려두는 식이었죠. 그냥 바닥에 뿌리면 누가 가져가거나 새들이 경계해 잘 먹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약 20분에 걸쳐 과일 배치까지 마친 소년들은 도구와 쓰레기봉투를 챙겨 산을 내려갈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어느새 해가 산 너머로 저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답니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어도 습지 보호는 계속할 생각이에요.”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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