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7 YG
올해 역시 100종이 넘는 신차가 국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새로 출시하는 신차들은 출시 초반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주목도를 높이고자 애쓴다. 이른바 ‘출시발’ 효과를 만들지 못하면 이내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 시장에 선보인 신차 중 판매 목표를 밝힌 26대에 대해 월 평균 판매 목표와 월 평균 판매 달성률을 조사했다. 업계에서는 신차의 성공 여부 중 하나를 판매 목표를 달성했느냐에 두고 있다.
신차 효과로 ‘내수 절벽’ 극복… 지난해 질주한 수입차는 올해 멈칫
신형 중형차가 불황 탈출 이끌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신형 중·대형차가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해 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국산 중·대형 세단은 올 들어 인기 신차가 줄줄이 나오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SUV 판매 비중이 5년 만에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올해들어 10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중·대형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30만8456대)보다 14.7% 증가한 35만3755대다. 같은 기간 전체 국산차 판매증가율(2.7%)을 5배 이상으로 웃도는 수치다. 전체 국산차 판매에서 중·대형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29.8%에서 32.8%로 높아졌다.
중·대형 세단의 선전은 디자인, 성능, 안전·편의사양 등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가 잇따라 나온 덕이 크다. 올해만 해도 1월 기아차 K7을 시작으로 3월 르노삼성 SM6, 5월 한국GM 말리부, 7월 제네시스 G80 등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SM6는 10월까지 4만5604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K7과 말리부 역시 각각 4만2000대, 3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11월 22일 출시한 신형 그랜저는 사전계약만 2만7000여대를 기록해 중·대형 세단 인기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로 치면 중대형으로 분류됐던 차들이 이젠 중형차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중형차의 평균 사이즈 자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가 중형 세단 전략 차종으로 내놓은 i40는 판매 부진 탓에 갈 곳을 잃은 상태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중형 세단 부흥기를 누리고 있지만 i40는 시장 확대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i40 신형 개발비를 상쇄할 만큼 판매량이 나오지 않아 신차 출시에 나서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i40, 아이오닉, 아슬란 등의 부진은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었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10월까지 내수 승용차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포인트 가량 떨어진 6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도 77만5759대로, 1.7% 줄었다. 대신 올해 초 점유율이 2.1%에 불과했던 르노삼성의 하반기 점유율은 SM6와 QM6 덕에 10.2%로 올랐다. 한국GM 점유율은 올해 초 8.3%에서 신차 말리부의 인기에 힘입어 하반기 12%를 기록했다.
26개 중 10개 모델은 목표치 70%도 못 채워
국내 소형 승용차들의 동반 부진은 신형 모델 부재와 중형차 선호 트렌드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소비의 양극화가 경차와 중형차 사이에 끼어 있는 소형 승용차의 존재감을 약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저유가가 지속되며 소형차의 강점인 높은 연비의 가치가 떨어진 것도 한몫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형차는 교체 시기가 준대형급보다 긴 10년 정도라 구매가 자주 이뤄지지도 않는다”며 “한동안 소형차의 침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사 대상 중 목표 달성률 하위권은 주로 수입차 모델이 포진했다. 이는 최근 수입차 성장세가 꺾인 것과 관련이 깊다. 올해 10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 대수는 18만580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줄었다. 그나마 수입차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신차를 투입하고 판촉행사를 진행하면서 10월에 크게 늘려놓은 덕분에 만회한 수치다. 월간 수입차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올해 5월 이후 5개월 만이다.
독일차 고전, 일본차 선전
디젤게이트는 푸조 등 디젤 모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브랜드에게도 큰 타격이었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313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9월 디젤게이트로 폴크스바겐이 주춤하는 사이 비슷한 가격대와 높은 연비를 앞세운 신차 2008의 인기 증가로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출시 3년차에 이른 모델에 대해 고객의 식상함이 커졌고, 국산 브랜드가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2008은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판매량인 3584대보다 2000여대가 줄어든 1594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시트로앵의 칵투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출시 당시 한불모터스 측은 연말까지 1000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9월 134대, 10월 62대 판매에 그쳤다. 시트로앵을 수입·유통하는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출시 초반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차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며 “아직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이므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차 4사의 기세가 한풀 꺾이며 생긴 빈자리를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것은 일본차였다. 렉서스와 혼다, 도요타, 인피니티가 지난해 대비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등 리콜 실시 후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80개 제품에 대한 재인증 절차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며 “독일차 점유율이 줄어든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한 수입차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