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취임 즉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정권인수위원회의 계획이 공개되자 자동차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1994년 발효된 나프타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국 간에 관세 없이 재화와 서비스를 이동하도록 한 협정이다. 당장 35%의 ‘폭탄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값싼 인건비와 비관세 혜택을 노리고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기업들의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실제 멕시코 대외 수출의 무려 85%가 미국으로 향하고, 지난해 미국·멕시코 간 교역 규모는 5310억 달러(약 621조원)에 달한다.
북미 3개국 나프타 재협상
35% 관세폭탄 현실화 우려
포드 등 미국 업체도 반발
1조 투자 기아차도 초비상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기아자동차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아차는 총 1조원을 투자해 지난 9월 연간 40만 대 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 5월부터 준중형차인 K3(현지명 포르테) 생산에 들어갔다. 생산량의 60%를 북미로 수출할 계획인데 트럼프가 35%의 관세를 매기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그러나 “멕시코엔 기아차뿐 아니라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GM(연 생산능력 72만 대)·포드(64만 대)·피아트-크라이슬러(61만 대) 공장이 있다. 높은 관세를 매기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미국 기업들이라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박우열 상무를 멕시코 법인장으로 승진 발탁하고 트럼프 정부에 대비한 ‘ 비상 계획 ’을 가동 중이다.
트럼프의 통상 보복은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크게 교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멕시코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 공급망(supply chain)의 중심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동차 부품을 세계 각지에 분산된 공장에서 생산한 뒤 멕시코에서 조립하거나 반조립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메이드 인 USA’ 딱지가 붙은 자동차라 해도 부품 상당수는 멕시코산이어서 실상은 미국에서 조립된 것일 뿐이다. 멕시코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결국 미국 자동차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프로그레시브 폴리시 인스티튜트는 “나프타를 파기하는 쪽으로 가더라도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쉽게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소아·김기환 기자 ls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