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어제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16일 조사’ 요청에 대해 “수사 결과 및 내용이 국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연기를 요청했다. 유 변호사는 이어 “원칙적으로 서면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대면조사 횟수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박 대통령의 인식도 전달했다. “주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본인의 책임을 통감한다” “온갖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매도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것이다.
진상규명 의지 부족 드러낸 변호인 회견
“주변 관리 잘못” 민심과 괴리된 인식
철저한 특검 수사로 헌정 문란 진실 밝혀야
현 상황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민심과 괴리돼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그간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 유출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도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서 시민 1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 자신의 국정 농단과 헌정질서 훼손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주변 사람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거나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라고 하는 건 진실을 회피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달라”는 변호인 요청은 또 무엇인가.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다. 만일 변호인이 전한 박 대통령의 인식이 사실이라면 ‘질서 있는 퇴진’이나 2선 후퇴도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정국은 정면 대치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박 대통령의 진상 규명 의지가 실망스러운 수준임이 확인된 이상 특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수순뿐이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 법안은 ▶수사 대상이 모호하고 ▶수사 기간이 지나치게 짧으며 ▶연장 승인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 법안을 보완해 특검이 진실을 철저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